노무현 대통령이 7일 공직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司正)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17대 국회 개원 축하연설에서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등 많은 개혁과제들은 국회가 주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저와 정부는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을 책임지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부패는 차근차근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 심각하고 구조적인 부패부터 청산해나가겠으며 가지만 자르는 게 아니라 뿌리까지 뽑겠다”며 “일시적 몰아치기 방식으로 사정하지 않고 원칙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신설과 같이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
노 대통령의 공직자 부패에 대한 이 같은 발언은 일과성 사정이 아닌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부패의 근원을 척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관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공비처를 설치하도록 한 지시와 관련지어 이 같은 의지가 조만간 ‘사정 한파’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공직부패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부패방지법 개정에 가속이 붙는 것과 동시에 ‘사정기구 이원화’를 이유로 내건 검찰의 반발도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방위의 한 관계자는 “공비처는 대규모 조직은 아니지만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중립성을 견지하고 검찰의 권한은 건드리지 않은 채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조사하는 보충적 성격을 지닌다”며 “검찰과 서로 견제하는 위상을 갖는다는 원칙하에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기능이 공비처로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부방위가 공무원행동강령 집행은 물론 부패영향평가제 등 각종 반(反)부패 정책기능을 부여받게 돼 공직사회는 부패문제에 대해 상당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도 “부패청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읽혀졌다”며 “앞으로 부패방지위원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구도 손을 안 대는 검찰에 아무 것(비리)도 없다고 누가 말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검찰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할 수도 없고 감사원이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서로가 물고 물려야 한다”며 공비처가 검찰에 대한 감시기능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