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남-최계월 모자 상봉 "엄마, 나 맞아… 막내" 아들 가족들 큰절 받고 어머니 하염없는 눈물만 김영남씨 29일 별도 회견
입력 2006.06.28 21:46:54수정
2006.06.28 21:46:54
28년 만에 다시 만난 남측의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 북측의 아들을 껴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물에 빠져 실종된 것으로 알았던 까까머리 아들은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겼고 중년의 어머니 머리엔 어느덧 흰 서리가 내렸다. 그러나 두 모자는 마치 세월의 벽을 허물어버리려는 듯 마주잡은 두 손을 잠시도 놓지 못했다.
지난 78년 고교 1학년 재학 중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45)씨가 28일 오후3시 금강산에서 열린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꿈에 그리던 어머니 최계월씨와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김씨가 모친과 다시 만난 것은 전라북도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지 28년 만이다. 김씨는 북한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와 결혼해 딸 김은경(일명 혜경ㆍ19)양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이번 상봉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김씨는 이날 오후2시40분부터 혜경양, 재혼한 부인 박춘화(31)씨, 아들 철봉(7)군과 함께 상봉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김씨는 모친 최씨를 보자마자 “엄마 나 맞아… 막내 맞아”라면서 “오래오래 사셔야지. 막내아들이 이제 효도를 좀 할게”라고 부둥켜 안았다. 그는 “막내 아들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불효 막심한 아들이 절을 드리겠다”고 최씨에게 큰 절을 올린 뒤 모친의 건강상태, 형제들의 안부 등을 물으며 28년 만의 상봉 회포를 풀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의 가족들에게 큰절을 받으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누나인 영자씨는 중년이 된 막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릴 때와 너무 똑같아. 머리카락도, 목소리도…”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김씨는 29일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금강산에서 30분간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김씨의 회견 방침을 정한 것으로 미뤄볼 때 북측은 김씨와 요코다씨의 북한 거주 및 결혼 경위, 일본에 전달한 요코다씨 유골의 진위, 김씨와 혜경양의 송환 희망 여부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문점들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14차 이산가족 4진 상봉행사에는 남측 방문단 98명과 동반가족 51명이 북에 있는 이산가족 239명을 만난다. 한편 당초 국군포로 가족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던 김시권(83)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 소위로 임관해 전투에 나갔다가 실종된 동생 김시남씨의 소식을 끝내 확인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