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 94년 승용차사업에 진출하면서 광주에 냉장고 공장을 신설한데 이어 이제는 승용차사업 포기에 따른 대가로 부산.경남지역에 가전공장을 또 하나 짓기로 해 갖가지 구설수를 낳고 있다.삼성은 최근 그룹구조조정본부의 김징완부사장이 국회를 방문, 수원가전공장의일부 생산설비를 부산.경남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마련에 들어갔다.
삼성 관계자는 6일 "승용차 사업포기에 따른 부산.경남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현지에 첨단 전자산업을 유치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며 가급적 빠른 시간내에 수원가전공장의 일부 라인이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4년 삼성이 승용차 공장입지 선정에 들어갔을 당시 영.호남의 각 지방자치단체와 상공인단체 등은 승용차공장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며 최종 입지로 부산지역이 낙점되자 삼성은 호남지역 정서를 달래기 위해 광주 하남공단에 냉장고 공장을 신설키로 하는 등 호남권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수원 가전공장 일부 설비의 부산.경남지역 이전 발상 역시 정치권과 지역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재계는 가전산업의 현황과 공장이전에 따른 비용, 수도권 협력업체 및종업원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의 2차 가전공장 이전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는데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전대상 품목이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이전계획이 확정되면 해당분야의 종업원 가운데 일부의 주거이동이 불가피하며 협력업체들도 동반 이전해야 한다.
또한 설비이전에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생산.판매.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며 수원공장 주변 지역주민이나 상공인들의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LG전자가 창업 연고지인 구미와 창원에 공장을 두고 수십년간 협력업체와 거래처를 관리해온 상태여서 삼성이 부산.경남에 가전공장을 짓게 되면 예기치 않은 불협화음도 예상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수원가전공장의 부산.경남지역 이전계획이 최종적으로 실행될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는 눈치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정치논리에 따라 앞으로 전국 각지에 가전 공장을 하나씩 지어야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돌고 있으며 재계에서는 지나치게 정치적 풍향에 민감한 삼성이 계속 자충수를 두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있다.
이에 대해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순수한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모든 것을결정할 수는 없으며 갖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 손실보다는 이득이 큰 쪽으로실행계획을 짜고 있다"면서 "수원가전공장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라인만 옮기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4년 삼성이 발표한 호남권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더 큰 문제가 노출된다.
당시 삼성은 부산지역에 승용차공장 건설에 따른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호남권에 1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특히 가전분야에서는 냉장고 공장이전과함께 세탁기.에어컨 설비도 점진적으로 광주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었다.
만일 삼성이 이번에 세탁기와 에어컨 설비를 광주가 아닌 부산.경남 지역으로옮기기로 결정한다면 오히려 호남권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