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움츠러드는 與경제통들

정치부 김창익기자

“노 대통령 한 마디에 당이 상당히 빨리 움직이던데요.”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6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 점심 때 의정연구센터 멤버들이 긴급 회의를 갖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정연구센터는 우리당 내 386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최근 당내 일각의 출자총액제 완화 주장의 선봉이다. 이 의원은 이 모임의 간사.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그것(출자총액제) 때문에 투자 안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나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우리당 내 일각의 출자총액제 완화 추진을 겨냥한 것으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음날인 6일 오전 박영선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당내 여러 이견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자총액제의 기존 틀을 유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당론 불변’을 강조했다. 타이밍상으로 보면 전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우리당의 ‘우향우(右向右)’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당 정책위는 지난달 30일 세출ㆍ감세를 혼합한 경기부양 청사진을 내놓았다. 청와대로부터‘경기부양안은 없다’라는 메시지가 나온 직후다. 청와대 눈치 보느라 움츠리고 있던 우리당 정책위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 당내 경제통들은 여러 자리에서 재정 적자 확대를 주장하는 등 활발히 경기부양 정책을 주장했다. “경기부양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는 노 대통령의 5일 발언은 우리당의 최근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 노 대통령은 여기에 “부양안을 쓰려면 서민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우리당 정책위가 보인 6일 반응을 보면 우리당 경제 정책이 노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다시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이를 묻기 위해 우리당 내 대표적인 경기부양론자인 강봉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했다. 오전에 통화가 힘들었던 이화영 의원을 포함, 몇몇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과 다시 통화를 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의원에게 물어보라”고 공 떠넘기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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