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10년 전까지는 의무적인 시행이 보류되어 있지만 시행 16년이 지났는데도 도시가계 평균 생활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감안한다면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로서 퇴직연금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사 함께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은퇴 노인의 수입 가운데 20% 가량이 기업연금(퇴직연금)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직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신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들러리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평생 모은 퇴직금마저 떼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도사리고 있어 도입 초기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이 중층 구조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필요성과 안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로 하여금 퇴직연금제를 선호하게끔 유인할 인센티브에 인색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근로자에게 일정한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확정급여형(DB)의 경우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기존의 일시금 보다 크게 향상되지 않으면서 적립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업에만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는 만큼 소극적 태도를 보일 소지가 높다.
또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해야 하는 확정기여형(DC)의 경우도 위험부담을 근로자 스스로가 지게 되므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처럼 연금지급 보증공사 등을 설립해 노사 모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소득공제 혜택범위를 늘려주고 회사에도 법인세 감면혜택을 더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보듯 퇴직연금제가 정치적 쟁점과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은 초기 국민연금처럼 선심성 높은 제도운영은 피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위험도가 낮고 분산투자가 가능한 중개기관과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ㆍ육성해야 하며 안정적인 해외투자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