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일터로 … 시간대 선택해 아이 맡긴다

■ 워킹맘 전용 어린이집 생긴다
"단순 보육지원으론 부족" 판단… 어린이집 운영시간 전면 개편
전업주부 역차별 논란 일수도


정부가 워킹맘 중심의 어린이집 운영시간 전면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단순히 보육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여성 고용률 확대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보육지원 예산을 10배 이상 늘려왔지만 영유아(0~5세)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여성 고용률 증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취업모의 육아보육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고용시장에서 외면을 받았거나 보육 등으로 취업 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여성들이 취업시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 가계소득 증대에 일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여성고용대책을 살펴보면 그동안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에게 자유롭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보건복지부의 대책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전국의 국공립·법인과 희망 민간 어린이집은 거점형 취업모 전담 어린이집으로 탈바꿈된다. 지금까지 워킹맘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길 때 차별대우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때문에 같은 비용으로 더 긴 시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었다. 서울에 있는 한 어린이집 원장은 "보통 영아 어린이집 정원은 10~15명, 유아는 20~40명인데 취업모 중에는 영아 어린이집의 정원이 적어 곤란을 겪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한 자녀 취업모의 경우 다자녀 여성들에 비해 아이들의 입소 순위가 뒤로 많이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담 어린이집이 생기면 대기 순번 등에서 밀려 기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었던 워킹맘들도 이곳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 근무시간을 감안해 오전7시30분~오후3시30분(8시간), 오후3시30분~9시30분(6시간) 중에 선택해 아이를 맡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같은 개편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윤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업주부는 아이를 맡기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필요 없다"며 "너무 오래 맡길 경우 오히려 아이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취업모 지원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정책 개선 방향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은 여성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하루 3~4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취업모에게는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대책도 워킹맘들이 육아보육 때문에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부는 육아휴직 활성화,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확대 등을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후 과정 대상자 선정시 취업모 자녀를 1순위로 뽑도록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현재 추진 중인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취업모 전담 유치원 도입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문제는 전업주부와 다자녀 가정의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운영시간 개편 작업이 완료되면 민간 어린이집을 포함한 전국 모든 어린이집의 무상보육 제공 기본보육시간은 현재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된다. 미취업모의 경우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수도 줄어들게 됨은 물론이다. 또 다자녀 가정도 그동안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이 취업모 전담 시설로 바뀔 경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3자녀 이상 출산에 대한 의욕이 꺾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을 더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부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모두 취업모 시설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대로 두고 취업모를 위한 별도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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