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처럼 우리 경찰은 정말 썩을대로 썩은 것 같다. 인천 화재참사로 불거진 경찰관들의 일그러진 모습은 그들이 과연 공무원인지, 부정부패조직의 비호세력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썩을대로 썩은 조직은 비단 경찰뿐만이 아니었다. 부패의 종합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Ⅱ 호프」 화재사건은 소위 「알량한 끗발」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면 모두 「뜯어내는데」 이골이 나있음을 드러냈다.
공무원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들 이해한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들어 공무원들이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날 때, 우리는 커가는 자식들을 어떻게 키울지, 새로운 직장은 얻게될지 모두들 동정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런 동정이나 안타까움은 부질없었다는 분한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들나름대로 이미 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끗발」을 부릴 수 있을 때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노후를 대비했던 것이다. 정말 분통이 터진다.
공무원들은 흔히 「맑은 물」론을 얘기한다.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살 수 없듯이 사회가 너무 맑으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교통경찰관이 청백리면 서울시내 교통이 마비된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다. 물론 부패가 만연된 사회에서는 맞는 말이다. 국세청이 세무공무원들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면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단속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재미보는 것은 단속공무원들이다. 죽어나는 것은 시민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의 징벌이 강화되면 부패한 경찰관에게 건네는 뒷돈만 더 커진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이처럼 썩을대로 썩게 된 것은 비단 공무원들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다. 부패한 공무원들이 발을 붙이고 호의호식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바로 부패한 시민정신이기 때문이다. 누가 원인제공자인지에 대한 논쟁은 「닭과 달걀」의 논쟁처럼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일이지만 미숙하고 부패한 시민의식도 절반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들에게 비리를 저지르도록 내미는 부패하고 검은 손이 없었다면 적어도 인재(人災)에 의한 참사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 모두 자기만 살겠다고 부패한 세력과 결탁한다면 결국 더 큰 부패를 조장하고 자신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옛말에 열명의 포졸이 도둑을 한명을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개혁을 하려해도 도둑을 감싸주는 시민이 있다면 도둑을 발본색원하기는 어렵다. 도둑을 탓하기 전에 더 이상 도둑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정신을 더욱 재무장해야 한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 좀 불편하고 피해를 보더라도 더 이상 부패와 타협하지 말자.
金熹中사회부차장JJ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