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문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계 각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각국들은 국민들에게 비상식량을 준비토록 당부하는 한편 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게는 주요 서류의 사본을 보관토록 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특히 일본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지난달 29일 의회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밀레니엄 버그」로 불리는 Y2K문제 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촉구한데 이어 30일 국민들의 사전대처방안을 권장하는 광고를 주요신문에 게재했다.
일본은 대국민광고에서 2000년에 앞서 2~3일치의 식량과 물을 준비하는 한편 비상의약품과 라디오·건전지 등을 갖추도록 권장했다. 또 일정량의 등유와 가솔린·현금을 구비하고, 오는 12월말과 2000년초에는 가능한 한 불필요한 전화와 인터넷 사용을 자제토록 요청했다.
일본은 그동안 컴퓨터 분야에선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뒤쳐져 Y2K 문제가 비교적 덜 심각할 것이라고 평가돼 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Y2K문제 대비요령을 알리는데 소극적이었고, 국민들도 지진발생에 대비해 항상 일정량의 비상식량을 구비하고 있어 Y2K문제에 대해선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따라서 이번 오부치 총리의 의회연설 내용과 대국민 광고는 극히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은 이와 별도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에서 파견된 10만명의 전문가들로 비상대책반을 구성, 12월 31일부터 1월 4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국 클린턴행정부와 상원은 최근 국민들에게 3일치의 식량과 물을 준비토록 요청했으며, 적십자사도 전세계에 이같은 비상식량 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또 은행을 비롯 공공기관들이 발급한 각종 명세서 사본을 보관토록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Y2K문제로 열차·엘리베이터의 가동중단과 단수·단전, 의료시스템 마비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태풍과 홍수·지진 등과 같은 수준의 재난대비책이 필요하다』며 『연말로 다가갈수록 각국의 비상대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전화회사들은 최근 Y2K문제에 대비, 연말과 연초에 가능한 한 전화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으며,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지난달 29일 120명의 저널리스트와 Y2K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공모의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