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 대통령은 선관위 판단 존중해야

선거관리위원회가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행한 정치적 발언에 대해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중립의무를 준수하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이 야당과 야당 대권주자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은 상식과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의도가 어떻든 현직 대통령이 대부분 공직자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선거과 관련해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선관위로부터 세번째 엘로카드를 받은 셈이 됐다. 청와대 측은 이번 선관위 논의를 앞두고 만약 선관위가 위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피력해온 데 이어 이번 결정이 나오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번 논의에서 위법 판단을 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앞으로 중립의무를 준수해달라고 요청하는 선에서 매듭짓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직분을 감안하고 정치ㆍ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사안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 측도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사건을 더 이상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 것이 국정 운영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이 소모적인 정치 논쟁에 휩싸여 시끄러워지는 것을 바라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탄핵시비를 비롯해 적지않은 법률적ㆍ정치적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는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이 반드시 지켜져야 된다. 옳고 그르고,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가 보장될 수 없고 사회질서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과 경제 안정을 위해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은 선관위의 판단과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일단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를 비롯해 국정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대선이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엄정중립을 지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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