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뾰족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EU의 헤르만 반롬푀이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14일 베이징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회담했으나 중요 현안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 없는 원론적 합의만 하는 데 그쳤다.
원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유럽 채무 위기 해결을 위한 참여를 확대할 용의가 있다”면서 “유럽 재정 문제 지원을 위한 긴급구제자금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유로존 금융 안정을 위한 중국의 협력 용의를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의 그간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가 협조를 다짐했으나 외곽을 통해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최대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루지웨이 회장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달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방중했을 당시 CIC 등 장기 투자자들에게 유럽 국채를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루 회장은 “그러나 장기 투자자들에게 그러한 투자는 어려운 일”이라면서 “CIC가 유럽에 새로 투자하더라도 국채가 아닌 산업이나 실물자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EU는 이 중대한 순간에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 채택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시라아 정부에 대한 제재 동참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이에 원 총리는 “중국은 시리아 정부를 포함해 어느 쪽도 편들지 않을 것이며 시리아의 운명은 그 국민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측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신속하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