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작년 4조2,000억 사상최대 이익

처리놓고 기획예산처와 갈등한국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자 이에 대한 처리방안을 놓고 기획예산처와 갈등을 빚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저금리 기조로 통화채 이자비용이 크게 준 반면 막대한 외환보유로 그 운용수익은 크게 늘어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대인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자 한은은 앞으로 안정적인 금융정책수립을 위해 내부에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폭주하는 재정수요를 감안해 당기순이익 중 대부분을 세입에 편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한은법에 따르면 순이익이 나면 우선 10%를 내부에 적립한 후 정부의 승인을 얻어 나머지 금액을 특정목적을 위한 적립금으로 활용하거나 세입으로 편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순이익 중 10%에 해당하는 4,200억원을 우선 내부에 적립해야 한다. 법정적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3조7,800억원) 중 1조8,500억원은 이미 정부 세입으로 잡혀 있다. 따라서 한은이 내부적립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1조9,000억원을 약간 웃돈다. 현재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서 안정적인 금융정책을 수립, 집행하기 위해서는 1조9,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한은의 내부 적립금 규모는 5조원에 이르고 있으나 안정성을 높이려면 7조원 수준으로 적립금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1조9,000억원의 자금을 내부에 추가 적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예산처는 날로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안해 한은의 이익잉여금을 세입에 편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말 회의를 열고 지난해 발생한 이익잉여금에 대한 처리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은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린 것은 외환보유고가 계속 늘어나면서 외화표시채권의 이자수입 등 운용수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국내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통화채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는 지난 99년말 749억5,500만달러에 달했으나 이달 15일 현재 1,052억1,300만달러로 무려 42%나 증가했다. 한은은 올해는 총수익이 8조654억원, 총비용이 7조491억원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7,1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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