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분쟁에 정몽구회장 심기 불편

"본인 개입시키지 말라" 사전교감설 공식 부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간의 현대상선 지분 경합 양상을 놓고 범현대가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의 한 고위임원은 3일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정 회장의 기본 입장은 ‘본인을 개입시키지 말라’는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와 관련해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소문 자체가 정 회장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날 현대차는 공식 입장 발표에서 “일부 매체의 보도대로라면 지난달 26일 정 회장이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준 의원과 만나 현대상선 지분 인수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표현됐는데 당시는 검찰의 구속 수사 여부에 모든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라며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현대중공업 역시 이날 ‘사전 교감설’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의 한 측근은 “정 회장은 현대가의 장자인 본인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된 마당에 동생인 정 의원 측이 셋째 형수인 현 회장 측과 갈등을 빚는 모습 자체를 불편한 심경으로 받아들인다”며 “(사전 교감설에 대해)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정 회장은) 매우 불쾌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현대중공업 측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이 자칫 정 의원과 현 회장간의 불화뿐 아니라 정 회장 측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전면에 내세워 현대가의 모태였던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려는 마당에 현대중공업 측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세력으로 떠오르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점이 장자인 정 회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차지한다는 것은 현대가의 정통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데 동생인 정 의원이 맏형(정 회장)의 수감기간 중 현대건설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면 자극을 받은 현대ㆍ기아차그룹까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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