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걷다보면 더 아름다운 섬 제주

오름 트래킹·유채꽃밭 데이트·모래사장에선 영화 주인공

서귀포의 천하절경 주상절리대를 병풍 삼은 듯, 다소곳한 모습으로 펼쳐진 조른모살 해수욕장. ‘작은 모래’ 라는 뜻의 이 해수욕장은 제주도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은 비경이다.

섭지코지

조랑말 목장

돗괴기

돌하르방 공원

한 중년 가수는 지난 81년 작고한 자신의 어머니를 회상하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머니 살아 생전에 소원이 3가지 있으셨어. 7남매 데리고 불고기 한 번 실컷 먹어보는 것, 아버지와 세 돈짜리 금 칠보 반지 나눠 끼는 것, 그리고 아버지와 비행기 타고 제주도 관광 하는 것. 결국 세 가지 중 하나도 못 해보시고 돌아가셨지.” 제주도. 예나 지금이나 국민관광지인 것은 틀림없지만, 예전에는 비행기 타고 제주도 관광하는 게 큰 호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 그런가. 고도 성장과 함께 경제 사정이 괜찮아진 뒤로는 ‘못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된 관광지가 됐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어떻게 제주도를 즐기느냐’가 새로운 고민거리다. 요즘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면 ‘걷는 여행’이 추천할 만하다. 제주도 각지에 흩어진 오름(기생화산) 트래킹도 좋고, 해안가를 걷다 곳곳에 핀 노란 유채꽃밭을 둘러보는 것도 낭만이 넘친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수욕장을 거니는 맛 또한 괜찮다. 조금 때이르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춘삼월의 제주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시리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묘한 느낌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오름은 제주도에 368개나 있지만 트래킹하기에는 동부의 용눈이 오름과 서부의 어승생악이 좋다. 용눈이 오름은 척 보기엔 풀로 덮인 야트막한 언덕에 불과하지만,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 막상 오르려면 땀 깨나 흐른다.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는 정상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도의 산과 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용눈이 오름에는 때로 심한 강풍이 부는데,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맛은 특별한 경험이다. 어승생악은 오름이라고는 하지만 ‘산’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당하다. 높이가 1176㎙에 달하기 때문이다. 작은 오름에는 나무가 살지 않지만 어승생악은 숲이 우거져 있다. 제주도의 높은 곳에 사는 천연 식생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등산로에는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이 아직도 쌓여 있는데, ‘뽀드득’ 눈밟는 소리를 즐기며 안전하게 등반하려면 등산화나 운동화는 필수다. 유채꽃밭은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노란 꽃밭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는 누구라도 사진 한 장 찍고 싶어질만한 배경.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풍경이다. 모래사장 산책을 하려면 조른모살 해수욕장을 찾아가보자. 서귀포 하얏트 호텔 바로 아래 펼쳐진 작은 모래사장이다. 원래는 해안가 돌밭이었지만 2년 전 부근에 방파제가 생기면서 모래가 쓸려 들어오는 바람에 졸지에 해수욕장이 됐다. ‘조른’은 ‘작은’ 또는 ‘짧은’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고 ‘모살’은 ‘모래’라는 뜻. 인근 서귀포해수욕장은 제주 방언으로 ‘진(긴 또는 큰)모살’이다. 조른모살 해수욕장은 주위에 주상절리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폭포인 개다리 폭포도 구경할 수 있다. 여행이 끝나면 함께 걸었던 동반자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복삭 속았수다.” 수고 많이 했다는 뜻의 제주 방언. 그럼 이에 대한 답말은 뭘까. 괜찮다는 뜻의 제주방언은 이렇다. “소구멍 말멍했수다.” ■제주도에서 놓치면 후회합니다
돼지고기 안주에 좁쌀 막걸리 "캬"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국내 우수관광 프로그램 5개를 선정했다. 그 가운데 제주권을 대표하는 여행상품이 투어버스 여행사의 ‘제주비경 발품여행’(문의 1544-4118)이다. 버스를 타고 제주도 곳곳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가며 숨은 비경을 찾아보는 패키지 상품이다. 가격은 2박 3일 기준으로 항공과 숙박, 식사를 포함해 1인당 24만~28만 원. 항공과 숙박을 따로 준비한 사람은 2일 관광과 점심을 더해 5만 5,000원이다. 제주도 곳곳을 알차게 다니고 싶은 사람에게 딱 좋은 상품이다. 상품 프로그램에 포함된 몇 곳의 관광지와 좋은 먹거리들을 먼저 체험해 봤다. ▦북촌 돌하르방공원=북제주군 조천읍에 자리한 하르방 공원.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젊은 예술가 5명이 하르방을 보존하고 재해석해 창작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 곳곳에 하르방이 있지만, 공식 지정된 옛날 하르방은 48개에 불과하다. 젊은 작가들이 만든 미래의 하르방을 볼 수 있으며, 만들기와 탁본 체험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퀴즈 하나. 왜 하르방은 하나같이 배에 손을 얹고 있을까. 부서지기 쉬운 현무암의 특성 때문에 팔을 벌린 형태로는 조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괸당네 식당=성읍민속마을 내에 자리한 유명한 식당이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명물 식당. ‘돗괴기’(돼지고기) 양념 구이와 쫄깃한 국수가 일품이다. 국수는 특허를 받았다. 구운 돼지고기에 파무침, 무채를 얹고 국수를 곁들여 한 입에 먹는다. 함께 파는 좁쌀 막걸리는 과거 제주도에 들른 고르바초프 구소련 서기장도 찬사를 보내며 들이켰다고 한다. ▦제주 조랑말 목장=제주도에 갔다면 승마 체험을 안 할 수 없다. 말이 얼마나 영리한 동물인지, 말타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타봐야 알 수 있다. ▦섭지코지=드라마 ‘올인’ 이후 제주도의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너무 흔해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가볼 만 한 곳이다. 서귀포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주상절리대에 외롭게 서 있는 섬 외돌개를 볼 수도 있다. ▦하얏트호텔=이번 여행 상품에는 하얏트 호텔의 고등어 조림이 점심으로 들어가 있다. 호텔 조리장의 솜씨로 만든 싱싱한 고등어를 쾌적한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기회. 이왕 하얏트에 들렀으면 호텔 정원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조른모살을 꼭 구경해보자. 호텔 정원에는 최근 완공한 웨딩 채플이 있다. 외국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결혼식용 예배당인데, 외국인 관광객을 타켓으로 아름답게 꾸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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