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시티, 일본의 도요타시, 미국의 실리콘밸리, 핀란드의 울루….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도시들이다.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곳도 있고 대학을 중심으로 성장한 곳도 있어 도시마다 여건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산학연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울루시는 울루 IT대학, 국영연구소인 핀란드기술개발센터(VTT), 노키아가 원활한 협력을 이루며 산학연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했다. 덕분에 인구 20만명이 넘지 않는 중소도시지만 전세계의 모바일 기술을 주도한다. 스웨덴의 사이언스시티도 에릭슨이 주도했지만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뒷받침해준 IT대학과의 시너지가 성장 동력이다.
이러한 산학연 시너지는 기업과 지자체의 강력한 상생정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기업도시의 성공을 통해 기업과 지자체의 경쟁력이 함께 제고된다는 인식이 세계적인 기업도시의 성공 조건인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기업도시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재로서는 내외부의 투자유치에 주력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곳은 포항이나 울산 정도에 그친다.
최근 역사 도시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계기로 원자력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기존의 월성원전 외에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 방폐물관리공단 본사, 한수원 본사 이전이 속속 이뤄지며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세계적인 기업도시와 마찬가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연구기관과 학교의 설립, 연관사업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지자체의 상생정신이 발휘돼야 한다.
우리 공단도 지역사회가 발전해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상생의 믿음을 바탕으로 경주시를 첨단 기업도시로 가꿔나가기 위한 지역발전 투자에 동참할 계획이다. 지역공동체 내에서도 소모적 논쟁을 넘어 방폐장 유치를 통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기관 유치, 인재육성 등 적극적인 지역 발전 방안에 의견이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반갑게도 경북도에서 원자력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쏟으며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벌써부터 들린다.
국내에서 '기업도시'는 이제 시작 단계다.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하며 쾌적한 생활환경과 저마다의 문화와 개성을 뽐내는 세계적인 기업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