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징계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냈다면 이는 실제 사직할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또 이런 사직 의사가 없는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A 의료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심판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30년간 일해온 임상병리사 김모씨는 지난해 3월 회사의 징계위원회 회부에 따른 사전조사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김씨의 잠재적인 징계사유는 상습적으로 지각하고 간호사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사표를 낸 지 2시간만에 수리했다.
회사의 조치에 반발한 김씨는 바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 “A법인의 해고는 부당해고이므로 김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못 받은 임금을 지급하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A법인은 중노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 역시 중노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김씨가 사표를 낸 것은 갑작스러운 징계 조사에 대한 항의의 의사표시이지 실제로 사직할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보면 김씨는 자신과 같이 경력이 많은 직원들을 사직하도록 하기 위해 부당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부당함을 느껴 회피ㆍ항의하기 위해 사직서를 낸 것이지 진정한 사직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회사도 김씨가 실제 사직하려는 뜻에서 사직서를 낸 것이 아님을 알았을 것”이라며 사표를 즉각 수리한 조치를 부당해고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