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브프라임 충격' 전문가 2인 긴급진단


『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국제 금용시장의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는 뉴욕 특파원을 통해 현지의 유력 금융전문가들이 현재의 시장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누리엘 루비니(49) 뉴욕대 경제학 교수와 손성원(63) LA한미은행장은 모두 현재의 금융상황을 막대한 돈의 힘으로 지탱되는'글로벌 유동성 과잉상태'로 규정하고 이 같은 상태가 이제 한계점에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이나 그 처방에서 두 사람은 사뭇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루비니 교수는 각국이 과잉 유동성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아시아 경제가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손 행장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의 국채가격이 상승해 수익률이 떨어지고 엔캐리 트레이드도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또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
"세계경제 조만간 자산가격 디플레 직면"
"각국 유동성 흡수위해 금리인상 움직임"
"아시아 국가들 자국통화 평가절상해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일시적인 요동인가, 아니면 대혼란의 전조인가. ▦지난 2001년 9ㆍ11 테러와 엔론의 회계부정,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05년 GM 등 미국 자동차회사의 신용 강등, 올해 2월 중국 주식시장 충격 등은 모두 단기적인 혼란(turmoil)에 지나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위험은 지난 10년 동안 단 2건 있었는데 98년의 LTCM 부실사태와 2000년의 인터넷 기술주 붕괴 때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전자와 같이 일시적인 혼란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구조적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 경제가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ㆍ이머징마켓은 회복세를 보이거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주택시장뿐 아니라 사모펀드ㆍ헤지펀드ㆍ투자은행 등으로 연쇄적으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다른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확연히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마저 흔들리면서 성장둔화 차원을 넘어 경착륙 국면에 빠져들 때에는 국제 금융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왜 글로벌 금융환경이 취약하다고 보나. ▦2000년 이후 대부분의 금융시장 혼란이 단기적인 충격에 그친 것은 미국과 G7 국가들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구사해 저금리 구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이 경기호조와 과잉 유동성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경우 2004년 1.0%였던 기준금리가 5.25%까지 올랐다. G7국가와 이머징마켓 국가들도 통화긴축에 들어가며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급등하면서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글로벌 통화긴축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현재 금융시장은 막대한 돈의 힘으로 지탱되는 유동성 과잉상태다. 동료인 에드 알프만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제 여건을 감안할 경우 전체 기업의 부도율은 2.5%여야 하는데 0.6%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재무건전성이 개선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모펀드ㆍ헤지펀드 등이 투기등급 기업들에까지 돈을 대주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이 한계점에 왔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지금 세계 경제는 기초여건(펀드멘털)보다 훨씬 풍부한 유동성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만 조만간 자산가격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비롯된 레버리지 효과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M&A, 위험자산 투자 등으로 이어졌는데 주택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일 경우 유동성은 급격히 위축될 위험에 처해 있다. 서브 프라임 부실이 알트A, 프라임(우량) 모기지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차입매수(LBO)ㆍ부채담보부증권(CDO)ㆍ대출담보부증권(CLO) 등에도 찬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그럼 아시아 경제도 90년대 중반과 같은 금융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아시아 경제가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90년 외환위기 이후 달러자산을 사들이는 형태로 자국통화 평가절상을 인위적으로 방어하고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넘쳐 나는 외화자금 유입으로 금융시장에 풀린 통화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가중될 것이고 이는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통화의 평가절하가 정당화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호전된 경제여건을 반영해 평가절상을 해야 할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은 아시아 국가들의 왜곡된 환율정책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한국이 원화강세를 허용하면 단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본다. ● 손성원 LA한미은행장
"안전자산에 자금몰려 당분간 달러 강세"
"美국채값 상승·엔캐리 트레이드는 줄어"
"주가조정 지속…美연내 금리인하할 것"
-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충격을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규모 자체는 전체 금융시장 볼륨에서 보면 미미하지만 3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브 프라임 문제는 우선 미국의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고율의 이자를 부과해 주택 소비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그동안 차입매수(LBO)는 뉴욕 증시상승의 원동력이었다. 세번째는 서브 프라임 부실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상당하다는 데 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였던 금융기관들이 최근 주가가 내려가면서 마진콜(신용거래 증거금)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 경기침체, 즉 리세션 가능성을 거론하는데. ▦리세션(ressesion) 정도는 아니지만 경제성장이 둔화(slowdown)될 것은 분명하다. 그 동안 호조를 보였던 일자리도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발표된 7월 중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기대보다 적은 9만2,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18만8,000개 늘었던 지난 5월 이후 일자리 증가율이 줄곧 감소세다. 지금은 경제둔화 상태지만 앞으로는 리세션에 빠질 확률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경제전망설문에 응할 때 지난해는 리세션 확률이 15%였다고 답했으나 지금은 3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미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가 1만4,000포인트를 달성한 뒤 급락하고 있다. 정상적인 조정과정인가 추세의 하락반전인가. ▦사실 그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최근의 급락은 조정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 얼마 동안 너무 총알같이 올랐는데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차입매수형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또 금융기관들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주가는 기업의 순이익이 올라 상승하는 것이 정상인데 최근의 주식시장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동안 약세를 보이던 달러가 서브 프라임발 충격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다. 제일 안전한 곳인 미국으로 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위험성이 있는 주식보다는 미 국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당분간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국채 투자가 늘어 채권수익률도 내려갈 것이다. 엔화가치의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드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줄어들 것이다. -주가조정과 신용 경색현상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조정은 오래갈 수 있다. 다만 한가지 희망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FRB의 금융정책은 지금을 보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뒤를 생각한다. 실제 금리를 조정하면 그 효과가 6개월 뒤에 나타난다. 2개월 전만에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0%였던 연방기금선물금리는 연말까지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아직도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FRB가 연내라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가. ▦물론이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미 1~1.5%의 경제성장률을 갉아 먹었다. 서브 프라임 발 주택금융시장 충격에 국제유가까지 급등하고 있다. 집값이 10% 오르면 소비가 4% 오르는데 지금은 ‘부정적 부의 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미국 경제에 손상을 주고 있다. FRB가 연내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