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배분 왜곡 심각 "443조 제대로 못쓰여"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메커니즘이 왜곡돼 부동자금화하거나 낭비된 자원이 금융, 기업 등 5대 부문에 걸쳐 443조7천원에 달한다는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7%에 달하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한국경제의 자원배분 왜곡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우리 경제가 2만달러를 향해 순항하려면 각 부문에 퍼져있는 자원배분 왜곡 현상을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부문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기업투자와 금융시장의 파이프라인기능이 약화되면서 97년 말 190조 수준이던 6개월 미만 단기수신인 부동자금 규모가작년 말에 397조원으로 급증했다면서 "기업투자 메커니즘을 복원하지 못하면 성장잠재력 약화는 물론 막대한 부동자금이 머니게임을 위한 투기자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부문에서는 인수.합병(M&A) 취약성과 투자자들의 성과배분 요구로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및 주주 배당액이 99년에 4조6천억원에서 작년에 16조1천억원으로늘어나는 등 순이익 재투자의 연결고리가 크게 약화돼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어 교육, 의료 등 고급 서비스부문에서는 영리법인의 진출을 규제한 결과 과소투자와 국부 해외유출(연 13조원)이 초래되고, 범용 서비스부문에서는 소규모 창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자영업 과잉투자가 빚어져 자영업자 비중이 27.1%로 미국(7.3%), 일본(10.8%) 등에 비해 크게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부문에서는 사업타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방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국책사업이나 지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강해 예산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면서예천공항(386억원), 양양공항(3천567억원) 투자실패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상의 보고서는 이밖에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의 중복지원 ▲이공계 기피 및 고시인구 확산 ▲조기유학 및 사교육비 증가(94년 5천6천억원→2003년 13조6천억원) ▲복권판매액 급증(98년 3천209억원→2004년 3조6천203억원) 등을 지적하면서 경제사회의 전반에 걸쳐 자원배분 왜곡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경제규제개혁추진팀 이경상 팀장은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불황과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국가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분될 수 있도록 자원배분 메커니즘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경제주체들이 각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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