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일제히 비난했다. 또 발사 실패는 그동안의 제재가 효과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북한 미사일 수입 국가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로켓 발사 직후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사일 발사 시도가 실패했지만 이번 도발 행위는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국제 법규와 자신들의 약속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해빙 무드가 감돌던 북미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은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지난 2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조건으로 합의한 식량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번 로켓 발사 목적인 김정은 체제와 주력 수출품인 미사일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치욕스럽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 로켓 발사 실패는 북한이 탄도 미사일에 필요한 금속이나 다른 기술적인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그동안의 제재가 성과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 국제 무기시장에서 북한의 무기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과거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했던 데 비춰 이번에도 3차 핵실험에 나서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비록 로켓 발사가 실패했더라도 우리나라와 관련국들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며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며 "외교 경로를 통해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후지무라 장관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추가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정부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우려를 표시하고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호주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e메일 성명을 통해 "로켓 발사는 도발적이며 위험한 일"이라고 비난했으며 뉴질랜드도 지극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D.C에서 회의를 갖고 있던 G8(주요 8개국) 외교장관들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추가 발사나 한반도의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며 "유엔안보리의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은 북한에 대한 비판 없이 국제사회에 냉정과 자제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 대변인은 이날 로켓이 발사되고 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이트에 올린 발표문을 통해 "관련국이 한반도와 지역 평화 및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고 접촉과 대화를 유지해 공동으로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에 내심 불만이 쌓여가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비판도 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