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ㆍ항공 물류업계에 '영역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범한판토스 등 수십년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주력해오던 기업이 '기업 대 소비자 거래(B2C)'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B2C 사업에 주안점을 뒀던 업체들은 오히려 B2B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를 통해 기존 사업의 레드오션화를 극복하고 토털 물류 서비스를 요구하는 기업 및 개인의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범한판토스는 연내 국제특송 분야에 진출, B2B에 한정됐던 사업영역을 B2C로 넓힌다. 이를 위해 범한판토스는 현재 국내의 한 대형 유통사와 업무제휴를 위한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범한판토스의 한 관계자는 "유통사가 해외 고객들에게 보낼 물량을 범한판토스가 현지에서 토털 관리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국내 대형 유통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특송 분야에서 우리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사업역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글로벌 특송회사가 유럽에 허브를 구축하면 범한판토스는 두바이에 허브를 두고 중동 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중동을 오가는 화물 운송시간은 다른 특송회사보다 1~2일 단축된다. 여성구 범한판토스 사장은 "연간 30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항공 물동량을 기반으로 전세계 35개국, 83개 해외법인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B2C 시장에서도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와 3자물류(3PL) 등이 주요 사업이었던 현대로지엠은 올 들어 항만하역 업무 등을 새롭게 전개하며 국제물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로지엠은 또 국제특송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글로벌 물류기업 UPS의 자회사인 MBE코리아와 제휴를 맺었다. 현대로지엠은 글로벌 유통물류, 항만하역 등 다변화된 사업군을 통해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대로지엠은 지난 3월 사명도 현대택배에서 현대로지엠으로 바꿨다. 이밖에 대한통운ㆍ한진 등도 물류ㆍ택배 등 각 사의 주력 업무를 기반으로 사업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대한통운은 직영 해외법인과 대리점을, 한진은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인적ㆍ물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국제특송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처럼 물류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해 새 먹을거리를 찾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택배시장 등이 레드오션이 된 상황에서 이제 물류시장에서 구간구간을 쪼개 잘하는 회사는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보관ㆍ통관ㆍ국제특송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물류 업무를 통해 시너지를 거두는 회사만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도 "개인들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기업들의 생산거점이 해외 도처로 확대되면서 국제물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국가 간 거래장벽이 무너진 상황에서 토털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물류업체들의 사업영역 확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