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동전을 받아 주지 않아 가마니에 담아창고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담뱃값이 필요해서 한 웅큼씩 들고 나가도 체크할 방법이 없습니다."
1일 한국은행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한 음료수회사 관계자가 '대한민국에서 동전은 더 이상 통화가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회사의 딱한 사정을 호소했다.
그는 "음료수를 만들어 파는 회사이다 보니 동전의 수입이 유난히 많고 자판기회사에서는 동전이 가마니에 담겨져 들어 온다"고 전하고 "이 많은 동전을 유통시킬 방법이 없어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전을 셀 수도 없어 가마니 단위 무게를 저울로 재는 방법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히고 "결산과 감사를 하려 해도 그 많은 동전을 셀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동전을 창고에 쌓아두는 이유는 동전을 받아주는 은행이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 놓고 "직원들이 동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교환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어디에서도 동전을 수납해줄 은행이 없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말하고 "분명히 회사에 현금은 있는데 막상 쓸 돈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댓글 가운데에는 "은행에서 많은 동전을 받기 싫어하는 이유의 하나는 동전을 종류별로 다시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시중에는 저렴한 주화분류기를 판매하고 있으니 몇 천만원을 포대에 넣어 보관하느니 한 번 분류해서 가져가 보라"라고 충고의 글도 있었다.
또 다른 댓글은 "지하철역 등에는 동전교환기가 이따끔 보이는데 반대로 동전을넣으면 지폐로 교환해 주는 지폐교환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 줄 의무는 없으나 동전으로 예금할 경우 금감원 지침상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의 입장에서는 트럭으로 담아오는 막대한 양의 동전을 세느라 드는 인건비가 막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동전을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김두경 한국은행 발권국장은 "한은으로서도 동전을 대량으로 교환해 주기 어렵다"고 말하고 "본점과 지역 본부에 각각 배치돼 있는 1∼2명의 직원은 손상 화폐를바꿔 주는 일을 하고 있으나 대량의 동전 교환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료수회사 뿐 아니라 자판기회사, 시내버스회사 등 동전 수입이 많은 회사는 대형 할인점 등 동전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동전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한은은 현재 동전 수요자와 공급자의 명단을 확보해 놓고 서로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동전 교환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동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