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김선일씨 빈소 마련

■ 살해된 김선일씨 본가 표정

작은방에 빈소마련해 명복 빌어
부친 김종규씨 "정부에 속은기분… 기자도 소용없다"

○... 김선일씨 처형소식을 접한 뒤 충격속에서 오열하던 가족들은 오전 2시30여분께 급히 빈소를 마련하고 낯선 이국 땅에서 공포에 떨다 비통하게 숨져간 선일씨의 영혼을 달랬다. 부친 김종규(69)씨는 작은 방에 선일씨의 대학졸업 사진으로 영정을 만들고 사과 등 과일로 상을 차린 뒤 술을 따르며 눈물로 아들의 명복을 빌었다. 여동생 정숙씨(32)씨는 술을 따라 올리며 "오빠 살려주지 못해 미안해요. 편히잠들어요"라며 오열했다. 모친 신영자(59)씨와 누나 향림(41).미정(38)씨도 선일씨의 사진을 부둥켜안고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22일 오후 선일씨의 생존 소식과 석방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마을 입구에나붙었던 석방호소 플래카드와 벽보가 흥분한 주민들에 의해 찢겨 나갔다. 선일씨의 처형소식을 접한 일부 주민들은 "이라크가 무슨 우리의 친구냐"며 플래카드를 끌어내려 찢어버렸고 벽보도 함께 뜯어냈다. 부산 동구청은 22일 오후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납치범들에게 방영되기를 바라면서 영어로 쓴 `제발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한국인들은 중동평화를 사랑하고 이라크의 성공적인 재건을 희망합니다. -모든 한국인은 당신들의 친구입니다-(Please save our son`s life. Korean loves peace Middle-east and hope the successful reconstruction of Iraq. -Every korean is your friend-)'라는 플래카드를 마을입구에 내걸고 같은 내용의 벽보를 선일씨의 본가 담벼락에 붙였다. ○... 선일씨의 처형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서 오열과 절규만 하던 가족들은 오전 3시를 지나면서 다소 진정을 되찾아 작은 방에 마련한 빈소에서 이웃주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가족들은 오열은 멈췄으나 안방에 모여 흐느끼면서 이라크 무장단체는 물론 우리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부친 김종규씨는 심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석방된다고 하더니 완전히 정부에 속은 기분이다. 기자들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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