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발전노조의 파업으로 4일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위치한 중부발전 서울화력발전소 중안제어실에서 소수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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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지키기" 여론에 발전노조 결국 백기
■ 발전산업노조 파업 철회파업참가율도 39%로 저조 15시간만에 철회협상주도권 사측에 뺏겨…재파업 가능성 희박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복귀하는 노조원들
4일 발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후 서울 성북구 개운산 대운동장에서 농성을 하던 노조원들이 업무복귀를 위해 농성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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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노조 파업 철회
[사설] 발전노조 파업 철회는 현명한 결정
5개 발전노조의 파업철회는 무엇보다 '철밥통' 지키기 차원의 명분 없는 파업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파업은 파업참가율이 39%에 머무를 정도로 조합원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5개 발전노조는 그동안 단체협상기간 중 16회 교섭을 통해 170건의 안건 중 7건만 쟁점으로 남은 상태이어서 전체로 보면 상당한 실리를 얻었다. 그러나 신임 집행부가 5개 발전사 통합, 해고자 복직, 5조3교대 요구 등 정부와 사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더구나 5대발전사 노조가 받는 임금의 수준이 웬만한 대기업보다 높은데다 높은 정년보장 등이 알려지면서 발전노조 역시 '귀족노동자'라는 따가운 질책이 쏟아졌다.
여기에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가 결정된 뒤 파업을 벌임에 따라 불법파업이라는 부담감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었다. 또 경찰의 체포영장신청 등 강한 대응책도 파업 초기 노조원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산업자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15시간 만에 끝난 무리한 선택=오전1시반의 갑작스러운 파업결정부터 신임 노조집행부는 무리수를 뒀던 게 사실이다. 어찌됐건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진 상태에서 감행한 파업은 '불법'의 꼬리표를 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사측은 이날 오후1시 복귀라는 압박카드를 내밀었다. 사측이 이와 함께 비공식적인 협상도 중단하면서 '불법파업'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자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의 심리는 상당 부분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또 "발전5사 통합 등 노조측 핵심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혀 파업성공의 가능성도 상당히 낮아졌다. 결국 노조는 파업중단, 협상재개 선언을 하기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것.
여론 악화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산자부가 밝힌 발전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전력 관련 회사 중에서 가장 높고 발전회사의 대졸 10년 근속 직원(교대근무)의 연봉은 5,300만원 정도로 도시근로자의 연평균 소득 3,973만원보다 훨씬 많다. 30년 근속 교대근무자의 연봉은 9,000만원 상당으로 이는 도시근로자 중 소득 상위 20%의 연평균 소득 7,641만원을 앞지른다. 여기에다 발전회사의 정년은 58세로 '사오정'이 현실인 민간기업보다 길고 현장 근무자에 대한 사택 제공, 대학까지 자녀 학자금 무상 제공 등 복지수준도 평균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네티즌들은 '귀족노조의 국민 볼모 파업'이라는 비난하는 글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재파업은 없을 듯=노조의 기세는 꺾였다. 파업을 15시간에 중단한데다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사측의 기세에 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상이 순탄하지 않더라도 다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파업참여율도 낮았을 뿐더러 이미 파업철회라는 카드를 내민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170건 중 발전 5사 통합, 교대근무의 4조3교대에서 5조3교대 변경, 해고자 복직 등 남아 있는 7건은 정부나 사측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협상력 발휘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이 철회된 뒤 발전회사 노사는 노조의 파업철회 선언 이후 서울 강남 한국전력 본사에서 본교섭을 열고 의견차가 남아 있는 이들 7개 사안에 대해 협의하는 한편 파업 철회에 따른 후속 조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노조는 사측과의 낮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거나 그것도 안될 경우 중재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사측과의 2006년 임단협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15시간 불법파업 과정에서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 될 수도 있다.
발전회사는 노조의 파업철회 선언을 환영했지만 고소ㆍ고발을 취하하지는 않았다. 사측은 노조 집행부와 해고자 등 20명에 대한 고소ㆍ고발, 체포영장 의뢰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취하하지 않고 불법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도 원칙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파업 시간이 짧은 만큼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전체에 대한 징계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테이블에 다시 들어오는 것은 다행이다"며 "일단 중재위 안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분위기는 이미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파국 피했지만 갈등불씨 여전
'4~5급 노조원 포함' 놓고 치열한 공방 예고
발전노조가 파업은 철회했지만 그렇다고 파업이 완전 종료된 것은 아니다.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도 '전략적 후퇴'로 규정, 비록 파업은 철회했지만 교섭테이블상에서 '협상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대립은 연출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갈등 자체가 봉합된 것도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도 쟁점으로 남은 7개 과제를 어떤 모양새로 봉합하느냐가 과제다. 일단 '발전회사 통합' 등 노조의 요구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된다. 사측은 "교섭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어떤 식으로 건 단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 위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전회사 통합, 5조3교대 실시 등의 요구는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끌고 나가기 위한 전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노조의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 중 하나가 5~4직급 과장의 노조원 포함 건이다. 노조의 파괴력이 약해 지난 2002년 파업과 올해 파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던 만큼 노조로서는 무엇보다도 노조의 힘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파업'이라는 최후의 카드가 통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힘이 부족하다. 5~4직급은 1,400여명. 발전소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보일러 컨트롤을 맡고 있는 직책으로 이번 발전노조 파업과정에서 대체인력의 기능을 했다. 때문에 사측이나 노조측에는 서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세력'인 만큼 이를 놓고 가장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물론 임금, 복지 수준과 관련해서도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파업과 관련 주동자 징계, 손해배상 청구 문제 등 사측의 강경 방침을 둘러싼 노조의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임 노조집행부가 준비부족, 여론전 패배 등으로 인해 파업은 철회했지만 강성 성향을 지닌 일부 노조원의 뜻을 배제한 채 사측에 끌려가는 협상만을 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김상갑 남부발전 사장은 "노사간 합의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도 있고 그게 안되면 중앙노동위원회 중재안으로 마무리지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9/04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