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위탁 운용 범위 시각차


최근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에 자문형 랩의 운용까지 맡기는 증권사의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운용 범위를 둘러싸고 증권사와 금융당국 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당수 증권사들은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에 자문업무뿐만 아니라 운용업무까지 위탁하는 자문형 랩 상품을 이미 출시했거나 검토 중에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자문형 랩은 투자자문업자가 자문업무만 맡고 운용은 증권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자문사에 운용까지 위탁할 경우 자문 시점과 주문 시점이 일치하게 돼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전체 자문형 랩어카운트 예탁자산의 20%만을 투자일임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게 명시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대한 해석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펀드와 마찬가지로 이를 해당 증권사에 예탁된 전체 자문형 랩 자산의 20%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좌별로는 20% 이상의 자산이 자문사에 의해 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A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자문형 랩의 경우도 여러 계좌가 모인 하나의 거대한 펀드와 같다”며 “특히 소액 계좌의 경우 일일이 자산의 20%만 자문사에 운용을 일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펀드와 달리 1:1계약을 기본으로 하는 자문형 랩의 성격을 감안할 때 시행령의 내용을 증권사 예탁자산 총액의 20%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원칙적으로는 계좌별 20%가 맞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 자본시장법 시행령엔 뚜렷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치 없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로부터 예탁자산 총액의 20%로 해석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오고 있지만 시행령엔 ‘총 자산’이란 말이 없기 때문에 계좌별 20%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금융감독원이 알아서 감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금감원은 금융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정확한 시행령 해석과 지침이 나오기까진 금감원이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며 “시행령의 내용이 불명확해 해석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증권사들을 탓하기도 애매하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선 이달 중순 발표가 예정된 금융위의 투자일임계약 제도개선 방안을 기다려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진행된 관련 태스크포스(TF)팀 운영을 지난 달로 마치고 현재 추가적인 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그러나 지난 달 금융위가 내놓은 제도 개선 방향은 ▦투자자 상담 강화 ▦수수료 체계 정비 ▦투자일임관련 정보교류 차단 등에 맞춰져 있어 자문사 운용 범위까지 포함될 지는 현재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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