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도래 어음 8백억/현대·대우도 “더 지원여력 없다”/김선홍 회장,곧 거취결정 방침기아그룹이 부도유예지정 이후 이번주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 협력업체들은 자금사정이 악화돼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상태며, 완성차업체들의 부품조달도 여의치 않아 조업차질이 우려되면서 기아사태는 이번주 중대고비를 맞을 전망이다.<관련기사 3·22면>
특히 기아와 복수거래하는 부품업체를 지원해 온 현대와 대우자동차도 더이상 지원여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다 이번주 만기도래하는 기아자동차발행 어음만 8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악재가 줄을 잇고 있다. 또 자동차연맹·민주노총 등은 오는 15일까지 정부의 기아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노동법 총파업에 버금가는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며, 기아 임직원과 1만7천여 협력업체들도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15일을 전후해 가두투쟁에 돌입할 움직임이어서 기아사태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와 대우 등 완성차업체들은 기아사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지난주말 최고경영진이 긴급회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정부와 채권단의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김선홍 회장도 자신의 진퇴에 대한 보다 확고한 입장을 천명할 방침이어서 기아사태는 중대전환점을 맞게됐다.
기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쇄부도로 자동차산업 전체의 피해확산 여부와 현대·대우 등 기존업체들의 태도에 따라 기아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적은 정부의 지원(1백억원), 금융기관들의 진성어음 할인기피, 현대·대우의 지원여력소진, 11일부터 집중도래하는 만기어음 등을 감안할 때 이번주부터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대우는 부품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주 말부터 조업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대우·기아의 최고경영진들은 지난주말 긴급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추가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기존업체들은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없는 기아의 자구노력은 비현실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실천가능한 모든 협력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특히 기아대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정보수집·자금확보 등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기아사태는 부품업체의 연쇄도산완성차업계 조업차질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와 채권단, 기아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박원배·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