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왜 교회·절분위기에 쉽게 압도당할까

■신의 뇌(라이오넬 타이거ㆍ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와이즈북 펴냄)


종교가 뇌 혹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적 시각으로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뇌는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그 의문에 답하려고 하는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뇌는 불편함을 느끼면 스스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작동한다. 만약 그 불편함을 오랫동안 해소하지 못하면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하는 구조다.

저자가 보는 기본적인 관점은 바로 종교가 이런 독특한 성격의 뇌를 위안해준다는 것이다. 뇌는 기본적으로 편안함과 만족감을 갈망하도록 돼 있고 종교는 뇌가 궁금해하는 존재의 이유 혹은 사후세계에 대한 설명을 통해 그 불편함을 해소해주며 만족감을 주게 된다는 것. 이 같은 종교활동의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신앙은 건강과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내세' 교리도 이처럼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뇌와 관련이 있다. 스스로의 판단에 반대되는 증거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뇌의 특성 때문에 기독교인은 내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한다고 설명한다.

교회나 절에 가면 특유의 분위기에 쉽게 압도당하는 것도 뇌의 작용 때문이다. 기도는 매우 조용히 이루어지지만 뇌는 강렬하게 반응한다. 기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뇌가 활성화돼 감정 조절과 사고 인식 기능, 그리고 기억력이 향상된다. 따라서 기도는 신을 만나는 행위이기 이전에 사람들이 자신의 뇌와 마음을 달래고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종교 의식은 신체를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뇌에 집중되는 것을 막아주고 혈압을 떨어뜨려 도심에서 애완 동물을 보살피거나 식물을 가꾸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저자는 결국 모든 종교가 인간 뇌의 산물인 동시에 뇌 기능에 다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존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가 인간의 이런 점을 활용하기도 한다. 종교는 도덕규범을 주입한 후 신도들에게 스스로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하게 하고 규범을 어기는 자는 죄의식으로 고통받고 회개를 갈구하게 만들어 뇌의 위안을 찾기 위해 매주 자발적으로 성당이나 교회에 나오게 만든다는 것.

저자는 이처럼 종교활동을 하는 동안 벌어지는 뇌 신경회로의 활성화와 신체 및 정신적 변화 등과 관련된 과학적 자료들을 토대로 종교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또 인간이 일상의 근심과 공포를 다스리기 위해 어떻게 종교를 활용하고 삶과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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