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솔CSN의 물류박스 창고인 성북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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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다. 국내 종이시장의 주력인 인쇄용지의 성장이 주춤하는 사이 최근 몇 년간 산업용지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제지업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쇄용지는 지난해 기준 국내 종이 총생산량 중 약 41%를 차지할 정도로 종이시장의 간판 지종이다. 2000년대초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2008년부터 생산, 소비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잠깐 반등하는 듯 했지만 예년의 물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소비량은 2007년 205만톤에서 2008년 200만톤으로 줄었고, 2009년엔 195만톤으로 추락했다. 2010년 198만톤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량도 2007년 310만톤에서 지난해 300만톤으로 역시 감소세다.
인쇄용지 산업이 정체 상태를 보이는 이유는 IT산업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정보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스마트폰, 태블릿PC, e-book 등의 전자매체가 인쇄용지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공공기관, 기업에서는 종이 사용을 줄이고 전자결제를 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교과서가 태블릿PC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설비 증설에 따른 대내외 시장의 경쟁 격화도 인쇄용지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무림그룹의 일관화공장(연산 50만톤)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내수 경쟁이 심해졌고, 중국의 잇따른 초대형 공장 설비 투자로 수출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산업용지는 생산과 소비 모두 꾸준히 증가하며 인쇄용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백판지와 골판지가 주요 품목인 산업용지는 각종 제품의 포장재와 박스, 내장재로 사용되는데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서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어 이 제품들을 포장하고 보관하기 위해 산업용지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또 IT기기 발달로 온라인쇼핑이 늘어나며 택배 서비스를 위한 포장박스 수요도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리며 수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백판지 생산량은 2006년 117만톤에서 2010년 129만톤으로 늘었다. 올해도 3ㆍ4분기 현재 100만톤 이상을 기록해 지난해 생산량을 웃돌 전망이다. 소비량도 2006년 53만톤에서 2010년 65만톤으로 23% 증가했다.
이같은 성장세로 제지업계에서 백판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업계 1위인 한솔제지의 경우 산업용지 매출 비중은 2007년 29%, 2008년 30.5%, 2009년 29%, 2010년 31.8%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한솔제지의 인쇄용지와 산업용지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5%, 11%로 산업용지의 영업 마진이 월등히 높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백판지는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신흥산업국가와 선진국을 대상으로 수출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내수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물량을 유지하고 있어 수익창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