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주 무늬보다 속살 보고 투자해야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소식에 현대상선 등 동반급등 했지만
광명전기 경협 관련 사업 전무… 로만손 개성공단 매출 비중 적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확대에 따른 시장 충격에도 현대상선과 에머슨퍼시픽·광명전기 등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는 동반 급등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5일 실무자협의를 하자며 응답한 것이 이들 남북 경협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주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경협주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이어지는 종목이 있다며 속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광명전기와 로만손이 대표적이다.

3일 현대상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13% 넘게 상승한 끝에 전 거래일 대비 8.83%(1,250원) 오른 1만5,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상승분을 포함해 현대상선의 주가는 올 들어 35% 넘게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에머슨퍼시픽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1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4,505원을 기록했던 에머슨퍼시픽의 주가는 한 달여 동안 2배 넘게 급등했다.

이 밖에 광명전기(3.05%), 이화전기(5.72%) 등 대북 송전 관련주도 큰 폭으로 올랐고 재영솔루텍(10.93%)과 로만손(3.76%) 등 개성공단 관련주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남북경협주의 동반 강세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해 이날 북한 측이 내놓은 긍정적인 답변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생산 물량 증가 등을 통해 관련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 측이 제시한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를 수용하고 5일 또는 6일께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실무접촉 일자 등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남북관계 개선만으로는 당장 해당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힘든 만큼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종목의 개별 사업 현황과 이슈를 면밀히 살필 것을 조언했다.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종목별 차별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단순한 기대감에 기대기보다는 남북경협과는 별도로 탄탄한 실적 흐름을 나타내는 기업들로 투자 포인트를 좁혀야 한다는 조언이 힘을 얻는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로만손과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광명전기가 꼽힌다.

대북 송전사업 관련주로 분류되는 광명전기는 사실 경협 관련 사업이 전무하다. 광명전기 관계자는 "대북 송전 관련 거래내역은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2005년 테마주 형성 이후 관련 사업이 진행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윤태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광명전기는 글로벌 메이저 반도체 업체의 중국 공장 투자에 따른 수주를 확보한데다 미국의 스마트그리드 상용화에 따른 해외 시장 성장의 수혜도 예상된다"며 "남북경협 테마로 분류돼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수익성 개선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박일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만손은 손목시계 생산의 절반가량을 개성공단에서 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생산 물량은 언제든지 국내 공장으로 돌릴 수 있는 수준인 만큼 남북관계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중국 시장 진출에 따른 실적개선 정도"라며 "중국 온라인 쇼핑 사업자 타오바오의 브랜드숍 진출로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9.9% 늘어난 1,690억원, 영업이익은 27.6% 증가한 1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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