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중에는 매혹적인 운전자에게 시선을 빼앗긴 끝에 중앙선을 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시선(視線) 가는대로 차도 간다는 얘긴데 이런 경우를 골프에서도 찾아 볼 수 있을 듯 싶다.익히 알다시피 OB는 아웃 오브 바운즈(OUT OF BOUNDS)를 줄인 말이다. 노랗게 그어진 중앙차선처럼 「이 안에서만 플레이 하십시오」하고 박아놓은 흰 말뚝 밖으로 볼이 나간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번 짚어보자.
흰 말뚝 너무 무심히 사라져버린 것은 정말 볼일까. 혹시 골퍼의 마음은 아닐까.
티 위에 볼을 올려놓는 순간부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근육이 굳어지고 페어웨이는 온데간데 없이 흰 말뚝 너머의 어두컴컴한 지역만이 시야에 가득하지는 않았을까. 이러한 징후들은 불안감이 일으키는 신체반응들이다. 쳐다보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시선이 가는 흰 말뚝. 그 곳에 이미 볼보다 골퍼의 마음이 먼저 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골프는 멘탈스포츠다. 즉 날씨, 바람, 장소, 동반자의 스코어 등 심리적인 영향을 50~80% 이상 받는 지독한 멘탈스포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싱글이든 그 이상이든 자신의 멘탈이 앞선다면 언제든 승리의 기회는 있으며, 그 점이 골프가 갖고 있는 커다란 매력중의 하나가 아닐까.
PGA의 유명한 선수의 말처럼 골프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참다운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불안, 공포, 각성,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감있게 플레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자신감은 잭 니클로스가 『내가 준비하는 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꾸준한 연습과 기술의 숙달로부터 가능할 수 있고, 페어웨이 위로 정확히 떨어지는 볼을 상상하는 심상만으로도 생길 수 있다.
흔히 연습장에서는 모두 싱글이라고 한다. 쭉쭉 뻗는 볼을 보면 당장이라도 프로테스트를 통과할 만큼 자신감에 찬다. 그러나 막상 필드에 나가면 골프를 움직이는 심리요인들, 예컨대 집중력, 자신감, 상황판단, 각성조절능력 등이 제멋대로 흩어지고 교란된 끝에 비참한 스코어카드를 받곤 한다.
문제는 평상심이다. 연습장에서 그물을 보고 스윙하는 마음을 필드에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연습볼 하나 OB났다고 클럽을 집어던지는 골퍼는 없다. 득도한 노스님의 말씀같지만 「연습장이 곧 필드요, 필드가 곧 연습장이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