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 개헌논의가 수면 위에 부상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제도 개편론을 거론했다.
정기국회 때까지는 ‘정치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공헌한 노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7일 정치이슈를 꺼내 들었다. 특히 선거제도 개선의 방향으로 비례대표제를 직접 언급해 정치권의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논의에 불을 당길 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5회 지역방송의 날을 맞아 지역방송과 지난 2일 녹화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소선구제는 1등 하는 사람만 당선되기 때문에 지역구도가 살아가기 아주 좋은 정치구도”라며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 이외에 (지역구도타파의) 적절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서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과 관련해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선거제도가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선거제도를 그래도 2등까지 당선되게 한다거나 비례대표제를 하면 결과적으로 공평하기도 할 뿐더러 사표가 없어지고 지역적으로도 균형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중대선구제’와 ‘비례대표제’를 거론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개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 중에는 비례대표 하는 나라가 아주 많다”며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그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소선거구제와 관련해 또 하나의 고민도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소선거구제를 하면 양당제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선거구제를 하면 반드시 다당제가 나온다”며 “지금까지 탄핵총선 말고는 전부 총선 결과가 여소야대 였으며 그래서 집권당이 국회에서 제대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지 특정 선거제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안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제도이고 특별히 가중치를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 개편방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앞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등을 외국의 사례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의 의미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과의 간담회를 계기로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