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죽박죽 돼가려는 무상보육

정부가 포퓰리즘적 정책의 전형인 무상보육 체계를 부분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0~2세의 경우 소득에 상관없이 전면 지원하는 데서 선별지원 방식으로 바꿔 고소득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지난 4월 총선 표밭을 겨냥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무리하게 끼워 넣은 0~2세 전면무상보육을 정부가 뒤늦게나마 시정하겠다니 천만다행이다. "재벌가 손자에게까지 주는 보육 혜택을 줄여서 양육수당을 차상위계층에게 더 주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은 백번 타당하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0~2세 영아 보육은 선별지원 방식으로 고치겠다면서도 3~4세 유아에 대한 전면무상보육은 내년에 그대로 강행하겠다니 말이다. 또 다른 논란과 혼선을 빚을 일이다. 당장 국회의 벽을 넘기 어렵다. 0~2세 전면무상보육을 도입한 정치권은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기존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고 있다. 3~4세 유아는 소득에 상관 없이 보육비를 지원하면서 0~2세는 선별 지원하겠다는 것을 국회가 선선히 들어줄 리 만무하다. 유아와 달리 영아는 가급적 집에서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형평성 시비를 낳을 소지가 크다.

따지고 보면 3~4세 전면무상보육은 정치권이 0~2세 전면무상보육을 끼워넣자 부모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졸속으로 시행한 것이다. 정치권의 무리수는 고치겠다면서 자신들이 내질렀던 무책임한 정책은 수정하지 않겠다니 오만에 가깝다. 지자체의 추가 재원부담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예산이 바닥난 일부 지자체는 조만간 어린이 집을 닫아야 할 판국이라고 아우성인데도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정부다.

무상보육 제도를 개선하겠다면 원칙부터 분명해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 복지가 미래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영아든 유아든, 보육비와 양육비의 구분을 떠나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원이 현실적 대안이다. 재벌가의 손자가 딱히 0~2세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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