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기업사냥 관전법

핀란드의 우량 기업 노키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이었다. 앞선 기술과 제품력으로 세계 휴대폰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노키아 신화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휴대폰의 명품반열에 오른 가운데 수많은 후발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노키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 있는 것은 휴대폰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가 휴대폰시장에서 위상이 떨어지게 된 원인이 다소 엉뚱한 데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제품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아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다국적 기업 노키아가 모를 리가 없다.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우량 기업인 노키아가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할 리도 없다. 외국자본 입김에 노키아도 휘청 그런데도 노키아는 삼성전자와 같은 후발 업체에 신제품 개발경쟁에 뒤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지분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개방에 따라 노키아의 소유권은 거의 외국인투자가들한테 넘어갔고 결국 노키아의 경영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입김이 작용하게 된 것이 노키아가 휴대폰 개발경쟁에서 뒤지게 된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연구개발 활동은 돈이 많이 들고 결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장기적인 경영전략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까 주주들이 기업의 장기수익보다 단기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할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연구개발 활동은 외면당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신제품 개발을 통한 도전이 필요하지만 주주들이 당장 눈앞의 수익을 챙기기에 급급하게 되면 먼 장래를 내다보는 미래준비는 그만큼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행태를 보면 노키아의 사례는 양반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제품 개발이 제대로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주권리를 앞세워 멀쩡한 기업들의 경영권 자체를 위협하거나 간섭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SKㆍ삼성물산 등에 이어 이번에는 KT&G가 투기자본 칼 아이칸의 경영간섭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구나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자본이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의 5% 이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제2ㆍ제3의 KT&G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ㆍ포스코 등과 같은 굴지의 우량 기업들도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영권도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이고 M&A 위협은 무능한 경영을 퇴출시키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유분산이 잘 돼 있고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량 기업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영권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전문경영인제도가 위협받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바탕으로 미래준비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개발과 신제품 전략 등 보다 근본적인 일에 몰두해야 할 경영진이 경영권 지키기에 급급하게 되면 그 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영안정 위한 '방패' 강구해야 국내 기업들이 대거 적대적 M&A에 노출되게 된 것은 많은 정책이 그렇듯이 관련 제도가 균형을 잃고 극단에서 극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적대적 M&A를 제한하는 경우 방어수단에도 신경을 쓰지 않지만 반대로 적대적 M&A를 자유롭게 해주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창과 방패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창을 무제한으로 허용했으면 막을 수 있는 방패도 마련해 주는 것이 형평에 맞다. 외국자본의 긍정적인 효과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역기능도 있다는 것을 노키아의 사례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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