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비재나 화장품 등으로 여성 소비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서 유독 한국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한 신제품을 개발해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역수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기업들은 한국을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한 시험대(테스트 마켓)로 이용하던 데서 나아가, 최근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로 수출하는 등 한국이 세계 소비 시장의 선도격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
한국쓰리엠의 경우 국내 주부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토대로 재사용이 가능하고 엉키지 않는 비닐 랩을 개발해 지난 2001년 9월 국내 시장에서 출시한 것이 각 지사의 관심을 끌기 시작, 현재 중국과 타이완, 타이의 3M 현지법인에서 샘플 요청이 이어지고 수출의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판매되는 `삼중양면 수세미`도 한 주부의 아이디어에서 착안, 개발돼 해외로 역수출되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 90년대 후반에 국내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제품 역시 각국 지사의 샘플 요청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정식 수출 요청을 받아 2만개가 수출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가정용품 브랜드인 테팔은 지난 3년간 프랑스 본사 제품개발팀이 한국의 식생활과 소비자에 대한 연구 분석을 한 끝에 이달 초 가정에서 불고기 요리를 맛있게 할 수 있는 `테팔 한국형 그릴`을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호응도에 따라서는 해외 지사로의 수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밖에 유니레버 코리아가 국내 아이디어로 개발, 출시한 도브크림 샴푸와 한국피앤지(P&G)가 개발한 생리대 `뉴 위스퍼 그린`등도 국내 지사가 한국 여성 소비자들을 위해 겨냥해 개발, 세계로 역수출된 대표적인 사례. 유니레버 샴푸의 경우 지난해 3월에 아시아 전 지역, 지난 연말까지는 전세계 유니레버를 통해 출시돼 현재 타이완이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시장 점유 선두 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업계에서는 한국 여성 소비자들의 지위가 날로 상향되고 있다. 랑콤의 대표적인 보습 라인 `이드라젠`이 지난해 하반기에 전세계에서 출시한 세럼(에센스)는 에센스 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한국 여성들의 습성을 토대로 한국 지사의 요청에 의해 개발된 제품. 크리니크는 한국과 일본 여성들을 집중 연구해 오는 9월 보습 기능을 강화한 스킨 토너를 출시, 이를 전 세계에서 판매키로 하는 등 까다로운 `한국의 여심(女心) `이 세계 여심을 잡기 위한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