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를 풀기 위해 25일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북한이 26일 오전까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중대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3일부터 우리 측 인원ㆍ차량의 개성공단행을 막아 170여명의 근로자가 23일째 식자재ㆍ의약품조차 공급 받지 못한 채 근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귀환할 경우 폐쇄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북한이 실무회담에 응하지 않고 식자재 공급 허용 등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마저 거부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근로자 전원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이에 대응해 시설물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면 개성공단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남북 모두에 큰 손실을 안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남북 경제협력과 평화유지에 기여해온 개성공단의 정상화가 늦어지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123개 입주기업들은 조업중단이 길어지면서 이미 거래처 이탈, 납품계약 파기 등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개성공단 철수나 해외이전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이런 사태는 북한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제 탈출구를 찾는 게 현명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남측에 제안해 만들어진 개성공단을 폐쇄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개성공단은 김 위원장이 2000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만나 신의주 경제특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38선 부근 지역을 선정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해 탄생했다고 한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한에서 보내주는 전력도 끊겨 기계도, 공장도 금방 못 쓰게 된다. 입주기업에서 일해온 5만3,000여 북한 근로자와 가족 등 20만여명을 '내부의 적'으로 만들고 연간 9,000만달러가 넘는 외화수입도 잃는다.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아무 잘못도 없는 남측 투자자들을 몰아낸다면 어떤 외국자본이 투자할까. 북측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