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다소 약해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가 최악의 성장둔화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위안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그동안 급격한 성장둔화를 막기 위해 위안화를 약세로 이끌었던 인민은행의 시장개입이 약화되는 점도 위안화 반등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경제매체인 CNBC도 위안화 반등에 베팅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수치상으로는 좀 더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위안화는 이미 바닥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외환투자가들도 위안화 강세에 대한 베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홍콩의 위안화 저축액은 9개월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4월 사상 최고치인 9,598억9,800만위안을 기록했고 위안화 양도성예금증서(CD)까지 포함하면 위안화 저축액 규모는 1조1,693억위안에 달한다.
올 1월까지만 해도 3년5개월 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던 위안화는 2월 들어 갑자기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4월30일 6.2674위안으로 201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주까지 6.26위안에 머물렀다. 이달 들어 홍콩외환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이 6.24~6.25위안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위안화 약세는 지속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위안화 약세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 인민은행의 개입을 꼽고 있다. 실제 인민은행의 고시환율을 과거보다 소폭 높여 제시했고 3월 하루 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하며 위안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인민은행이 이처럼 위안화를 약세로 이끈 것은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며 유입되는 단기투기자금(핫머니)를 차단하는 동시에 시중 유동성을 관리해 부동산 시장에 투기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통해 거시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FT는 일단 위안화 약세를 통한 투기자금 유입을 막겠다는 인민은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위안화 약세로 4월의 경우 80억달러를 넘는 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해미시 페퍼 바클레이스 외환투자전략가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로 목적을 완수한 만큼 인민은행의 개입이 줄어들면 위안화는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안화 약세의 원인이었던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 FT는 화물 선적량이나 전기소비, 자동차 판매 등 중국의 다른 경제지표들도 성장둔화가 통제권에 들어왔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5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경기확장과 위축의 분기점인 50을 넘지 못했지만 49.4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규주문지수는 예상치(52.7)보다 0.5포인트 오른 53.2를 기록해 2010년 4월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하며 수출경기 회복의 가능성도 열어줬다. 앞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제조업 PMI는 50.8였다.
경기회복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지원도 위안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투자여력을 확대했다. 다리우시 코발치크 크레디아그리콜 투자전략가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회복되고 있다"며 "이젠 위안화 가치 반등에 베팅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반면 중국 내 전문가들은 외신과 월가의 위안화 '불(bull)' 마케팅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특히 인민은행의 위안화 관리가 강세나 약세 둘 중 하나로 움직이는 일방향이 아닌 환율변동폭 감소에 목적을 둔 만큼 위안화는 일정 범위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샤아헌 자오상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융개혁의 일환인 외환시장 개혁의 목적은 환율 안정성"이라며 "위안화가 반등하더라도 기대만큼 큰 폭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