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서 경쟁적 판매 단기외채 비중 높여"
기업들에게 외화로 돈을 빌려준 뒤 환율변동에 따라 원화대출로 전환해주는 `통화 옵션부대출`이 단기외채비중을 높이는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통화옵션부대출은 환율이 급변할 경우 언제든지 원화대출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중장기 외화자금보다는 1년미만의 단기자금, 그 가운데서도 3개월 미만의 초단기 자금(머니마켓라인)을 조달해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은행권을 대상으로 통화옵션부 대출내역을 포함한 외화자금 조달ㆍ운용상태 및 은행별 외화유동성비율 등 외환리스크관리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27일 “올들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통화옵션부대출을 취급하면서 일본 엔화를 중심으로 단기외채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상품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외환위험관리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들어 은행들이 한꺼번에 외화차입에 적극 나선 것도 기존 차입자금의 상환 외에 통화옵션부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일부 은행들은 단기 외화자금차입한도가 소진되면서 불가피하게 1년 이상의 자금차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올들어 은행들이 적극 판매에 나선 통화옵션부대출은 싼 금리로 외화대출을 받은 뒤 환율이 급변해 이자나 원금상환에 부담이 생기면 원화로 바꿔 환차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2조5,000억원(20억달러 상당) 가까이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의 외화유동성이 아직까지는 위험수준이 이르지는 않았지만 과거 환란 때도 경험했듯이 어느 한 쪽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연쇄적인 파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나친 단기차입은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