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던 화학업계 수익성 '급제동'

중동産 제품 대거 시장 유입… 유럽위기로 수요 급감
벤젠·톨루엔등 제품값 연초比 20%나 떨어져
생산량 감소까지 검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쾌속순항을 거듭하던 화학업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중동지역에서 생산된 화학제품들이 최근 시장에 대거 유입돼 공급이 늘어난데다 유럽의 경제위기로 수요가 줄면서 주요 화학 제품 가격이 연초 대비 20%가량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원자재인 나프타나 에틸렌의 하락세보다 훨씬 커 관련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벤젠ㆍ톨루엔ㆍ파라자일렌 등 주요 화학 제품의 가격이 연초 대비 20% 정도 떨어졌다. 가격 하락세는 지난 4월 이후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 4월 톤당 998달러에 판매됐던 벤젠은 5월 9.21% 하락한 906달러에 거래됐고 한달 후인 이달에 또다시 지난달보다 무려 10.92%나 낮은 807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 톨루엔ㆍ파라자일렌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제품들도 5월부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해 이달 들어 하락세가 더욱 커졌다. 화학 제품 가격이 급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유가격이 하락하면서 화학제품의 원자재인 나프타ㆍ에틸렌 등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4월 톤당 744달러에서 지난달 739달러, 이달 652달러로 2개월 만에 12.36%나 떨어졌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하락폭보다 제품 가격 하락폭이 10%포인트 가까이 높다는 데 있다. 업계는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 지난해 대규모 증설에 나선 중동시장에서의 제품 유입과 그리스 등 유럽의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감소를 꼽고 있다. 박재철 미래에셋 연구원은 "화학제품 가격과 유가가 연동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가격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화학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더 큰 것은 시장 내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유 부문의 부진을 화학 부문의 선전으로 커버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제마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화학제품 시황마저 악화된다면 수익성 악화를 막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월부터 이어진 제품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면 생산량 조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3ㆍ4분기 계절적 수요가 살아나면 가격이 반등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규원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 산업 전망에 대해 "업계가 생산가동률을 줄여 공급량을 조절하고 오는 8ㆍ9월 성수기가 되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시장 수요가 하반기에 약해질 것으로 보여 급격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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