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총장 “SK수사 경제충격 우려 전달”

SK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검찰에 전화를 한 여당 중진의원은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총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뒤 검찰수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란 보도를 보고 국가경제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해 김각영 검찰총장에게 전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이날 검찰에 전화한 인사로 이 총장 외에 여권 신 모씨도 거론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장이 왜 검찰에 전화했는지, 전화가 외압의 성격을 갖지는 않았는지, 여권이 조직적으로 검찰수사에 `속도조절`을 요청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뒤에선 외압을 행사하며 권력의 하수인이 되기를 강요하면서 앞에선 검찰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한 뒤 “누가 어떤 식으로 외압을 행사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며 철저한 경위규명을 촉구, 정치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왜 전화했나=이 총장은 “특정회사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대기업 전반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하는 배경이 뭐냐, 집권초기에 수사에 가속도를 내는 의도가 무엇인지 물어본 것”이라며 “새 정부 들어서 재벌개혁 차원에서 정부와 검찰간의 사전교감은 없었는지, 검찰이 강공 드라이브를 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당 안팎의 걱정이 있어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정부와 검찰간 협의차원의 통로가 없었다”며 “집권당 총장으로서 수사배경을 알고 싶었다. 나는 떳떳하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당시 김 총장에게 “환자를 수술하는 것은 좋은데 무리한 수술을 하면 죽을 수 있다”며 “환자가 죽으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균형잡히고 신중한 수사를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이 “형사9부가 (SK그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던 중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수사가 있어 SK그룹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다”며 “그런데 대북송금 수사가 유보돼 검찰인사 전에 SK그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는 차원이라고 하면서 지켜봐 달라”는 말을 했다고 이 총장은 전했다. ◇외압 아니었나=이 총장은 “우리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 등 당 안팎의 우려를 고려해 김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했고 검찰총장 외 수사검사 등에겐 일절 전화를 한 적이 없다”며 “이와 관련 SK그룹으로부터 부탁을 전혀 받지 않았다”며 SK측의 `지원요청`에 의한 전화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9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간의 대화`에서 이석환 검사가 `다친다`는 식의 인사조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나도 법조인 출신으로서 상식 밖의 얘기”라며 부인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말한 이 총장의 `우려감`이 일선 수사팀에 전달되는 과정에 `다친다`로 왜곡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대선 이후 여권 신주류의 실세로 부상한 이 총장의 `우려성` 전화 자체가 검찰 수뇌부로서는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다 일선 검사의 수사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총장 외에 SK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전화한 경제부처 고위관료가 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다면, 정치인인 이 총장은 좀더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대선 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장으로 활동한 이 총장은 `SK그룹이 대선 당시 후원금을 많이 냈느냐`는 질문에 “많이 냈다”고 밝힘으로써 검찰 수뇌부에 대한 전화와 대선 후원금과의 연관성 시비가 일고있다. 이 총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때 100대 기업을 돌며 후원금을 모금했다”며 “SK가 후원금을 많이 냈는데 (검찰의 SK수사와 관련) 미안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같은 시비를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당 간부들과 의논했다”고 말해 SK사건으로 검찰수뇌부에 전화하기 이전에 당내에서 조율이 있었음을 밝혔다. 결국 이 총장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자금 줄 역할을 한 SK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여권내 우려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김 총장에게 심상찮은 여권기류를 전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