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 현실화 "장보기 겁난다"

유가·원자재 이어 공공요금 인상도 가시화
추가 금리인상·물가안정 종합대책 등 준비


주부 A씨는 시장에 갈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배춧값이 한달 전보다 2배나 올랐고 무는 4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장보기가 겁날 정도다. 하반기 물가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유가ㆍ원자재가 오르고 공공요금 인상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호전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6%로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유가 등 원자재가 상승으로 상승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수입물가는 원화약세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2%, 전년동월 대비 8% 급등하며 5개월째 상승세를 탔다. 한은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년 상반기에는 3.4%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경기호전 전망으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전일 대비 배럴당 2.20달러(2.9%) 오른 77.15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기후의 여파로 국제 농산물 가격마저 급등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오는 9월 중순께 물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서민경기와 가장 민감한 물가가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맞물리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 물가구조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며 "남은 과제는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폭으로, 어떤 속도로 상향 조정할 것이냐에 모아져 있다"고 말해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정부는 추석 직전에 종합적인 물가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선진국보다 1%포인트 높다"며 "독과점과 비효율적 유통구조, 리베이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구조적으로 물가를 높이고 하방경직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9월 물가대책은 가격정보 공개 강화, 음성거래 축소, 경쟁확산, 유통구조 효율화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은 물론 여타 생필품 가격도 결정방식과 원가정보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원가정보 공개를 통해 가격결정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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