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가족] "또 생이별 아픔" 눈시울 붉혀
"50년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지다니..." "오마니, 다음에 또 오갔습네다. 건강하시라요"
북쪽 이산가족 방문단은 1일 숙소인 서울 롯데월드호텔 방에서 가족들과 두번의 개별상봉을 갖고 "내일이면 또 생이별을 한다"는 생각에 이별의 아픔을 토해내며 서로의 얼굴을 만지고 또 만졌다.
(.전날 '집안의 기둥이자 기대주'였다는 큰오빠 영환(70)씨와 감격의 재회를 한 탤런트 김영옥(63)씨는 "그토록 그리던 오빠를 만난지 얼마 됐다고 벌써 헤어져야 하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환씨가 "50년동안 생사조차 모르던 너희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있는 것을 보니 너무 기뻐다"면서도 "이제 다시 헤어지면 언제."라며 말끝을 흐렸다. 영환씨는 특히 동생들이 돌아가신 부모님 사진을 보여주자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겠냐"며 눈시울을 적셔 남매를 숙연케 했다.
영옥씨는 "오빠가 건강하게 살아줘서 너무 감사해"라며 "주말에 부모님 산소에 가서 오빠를 만난 사실을 알릴 거예요"라고 오빠를 달랬다.
(.북측 방문단의 신현문(69)씨는 아들을 애타게 그리는 어머니의 심정을 동생 현성(61)씨의 시인 아내가 지은 시 한편을 받아 들고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시를 지은 강현정(60)씨가 "시어머님께서 북으로 간 아들을 보고파 먼산을 자주 쳐다보시며 눈시울을 붉히시면서 항상 시아주버니를 생각해 집안에 등불을 꺼놓지 말라고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울먹였다. 현문씨는 "어머니께서 자식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시다 돌아가셨다니 이 불효를 어디서 씻을까"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집단상봉에서 아버지 영정에 큰절을 올린 홍세완(69)씨는 노모 박간례(85)씨와 동생들이 할아버지ㆍ아버지 영정과 제수용품을 준비해 와 객실에서 정종, 과일등을 갖추고 향을 피워 뒤늦은 제사를 올렸다. 이들은 2일이면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며 가족에 대한 추억과 지난 50년간 살아온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12월14일이 생일인 이용호(69)씨는 형제들이 차려주는 즉석 생일잔치상을 받았다. 이씨는 "인민군에 징집돼 반세기동안 너희들을 생각하면서 지냈다"며 "앞으로 통일이 되면 자주 만날 테니 모쪼록 건강해라"고 당부했다.
(.평양 김형직군의대학 교수인 정재갑(66)씨는 어머니 안준옥(88)씨의 손을 꼭 잡고 "이제 얼마 안있으면 평양으로 돌아가야 한다. 맏아들이 모실 때 까지 건강하시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어머니 안준옥씨는 "좋은 것 먹고 오래 오래 살아야지"라며 아들이 전해준 옷감을 보고 연신 곱다고 말했다.
(.서울에 와 여동생 이선호(63)씨를 만난 이용호(68)씨는 1일 낮 12시부터 시작된 오찬에서 "이틀동안 너를 보니 정말 기쁘다"면서 "돌아가면 언제 다시 너를 보겠나"고 울먹이며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듯 음식에는 별로 손을 대지 않았다.
입력시간 2000/12/01 17:32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