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유로(Oil Euro)’시대가 온다. 아랍국가들이 고유가를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머니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고 있다. 확실한 현금 상품인 석유를 장악하고 있는 이 산유국들이 유로화 비중 확대에 본격 나설 경우 ‘유로강세ㆍ달러약세’ 흐름이 가속화돼 국제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도 미 국채 매입을 줄일 계획이어서 재정ㆍ무역 쌍둥이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경제를 압박해 달러약세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아랍 “유로화 비중 확대”=AP통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중앙은행 총재인 술탄 빈 나세르 알 수와이디는 4일(현지시간) 수도 아부다비에서 페르시아만 지역 중앙은행장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회의에서 유로화 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와이디 총재는 지난달 12일 자국의 외환보유액의 10%를 달러화 자산에서 유로화 자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UAE는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225억달러로 지난해 1년 동안 약 30% 가량 급증했다. 그동안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투자 비중은 2%에 불과했다. UAE의 당시 결정은 국영기업 두바이포트월드(DPW)가 미국 항만운영권 인수에 실패한 사건과 겹쳐지면서 달러화 비중 축소가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을 넘어 보다 정치적 의미를 띠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강압적인 조치에 대한 반발과 달러화 운명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안으로 유로화가 거론되고 있다. 이날 카타르 중앙은행의 셰이크 압둘라 빈 칼레드 알 아티야 총재도 “지난해 고점에서 유로화를 매도했다”며 “(외환보유액 전체의) 40%까지는 다시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 전했다. 또 쿠웨이트의 샤이크 살림 압둘 아지즈 알 사바 중앙은행 총재도 “현재 유로화 비중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해외 투자자산의 본국송환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시리아 국영은행인 시리아 상업은행은 이미 미국의 제재조치에 항의해 대외거래 자금을 미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했다. UAE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미국 국채의 5.4%를 보유, 독일ㆍ홍콩ㆍ프랑스를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미 국채 매입 중단 검토”=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도 미 국채 매입 비중을 줄일 태세다. 청스웨이(成思危)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홍콩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는 것을 비롯, 기존에 매입했던 미 국채 비중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4일 보도했다. 그는 위안화와 관련, “단기적으로 환율안정을 유지하고 외환보유고의 증가를 피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위안화의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목표는 위안화의 완전태환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8,537억달러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다. 이중 70%는 미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미 달러화 축소 움직임을 반영해 유로화는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에 대해 144.07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 달러화에 대해서는 1.2262달러로 2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중국 위안화도 연일 하락세를 유지하며 5일 상하이 시장에서 지난해 7월21일 고정환율제(페그제) 폐지 이후 처음으로 8.01위안 밑으로 떨어졌다. 달러ㆍ위안 환율은 한때 8.0076위안을 기록하며 7위안대를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