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구미시 본사에서 만난 김영호(50·사진) 영진하이텍 대표는 기능인 출신으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에서 선정한 이달의 기능한국인 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구미전자상고를 나온 뒤 삼성전자 통신사업부에서 10년 동안 일한뒤 영진하이텍을 창업했다. 휴대폰과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생산현장에 필요한 시험·조립 자동화 설비를 공급하고 있는 영진하이텍은 지난해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진동 모터를 개발하며 매출 2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진동 모터 수출이 본격화되며 약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순탄하게 사업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 20대부터 기능인으로서 다양한 실무를 경험한 것을 꼽았다. 김 대표는 "당시 급여는 대졸 출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한데다 업무 외로 부과되는 각종 허드렛일 때문에 좌절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실무를 배울 수 있었던 시기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삼성전자 통신사업부에 처음 입사했던 1980년대는 소프트웨어 개념조차 생소했을 때였다. 김 대표는 전국의 전화국 불량 내역 통계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으며 공장자동화에 눈뜨게 됐다. 그 이후로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보급과 개발업무에 매진한 결과 사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둘 정도로 두각도 나타냈다. 그는 "당시 가격으로 수 억원에 달하던 소프트웨어를 직접 접하며 장비부터 사무자동화(OA)용 소프트웨어까지 두루 접해본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아울러 그때 말단 직원의 입장에서 일하다 보니 회사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눈과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기업철학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회사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삼인행이면 필유아사'다. 아무리 못한 사람이라도 배울 점이 있기에 사람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외 환경 탓에 전자제품 관련 협력사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자동화설비 생산업체는 트렌드를 한번 놓치면 수 천억원 하는 회사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현실이다. 이에 영진하이텍은 경영안정화를 위해 지난 2011년 진동모터 개발에 뛰어든 결과 3년 만에 세계 최소형 진동모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 일본 등 글로벌 업체에 수출이 시작됐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크기가 2mm에 불과한 BLDC 진동모터는 휴대픈 슬림화와 웨어러블 기기 등장이라는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 리니어 모터를 밀어내고 주력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후배 기능인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몸은 고되지만 실무를 배우다 보면 창업 밑천과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대우는 좋지 않지만 기능인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성공적인 창업을 거두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기능인은 1년이 힘들면 10년이 편하고 10년이 힘들면 평생 편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