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원 동양선물 대표이사

“금융업계 사람조차도 국내 선물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금리나 통화와 관련된 선물상품이 국내에 상장돼있었냐고 되묻는 기관투자가도 있습니다.” 서문원 동양선물 대표는 선물거래소가 문을 연지 4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명절 때면 선물(先物)회사에 선물(膳物)세트를 주문하겠다는 사람이 있는 실정이라며 선물산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선물회사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대표주자로서 선물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질적 향상을 위해 홍보를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동양선물이 지난 90년 업계 최초로 설립돼 13년의 업력을 갖고있는 만큼 기업공개를 거쳐 투명하고 안정적인 기업으로 인정 받겠다는 점도 코스닥 등록의 한 이유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등록예비심사를 통과했으며 올 상반기내 등록할 예정이다. 서대표는 “선물시장이 고유의 위험관리 기능에 따라 주식ㆍ통화 등 현물시장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ㆍ선물시장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도 선물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다르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물을 이용해 수입곡물의 가격변동을 헤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1980년 당시 ㈜대우에서 곡물수입을 담당하던 그는 일본 상사에서 제시하는 옥수수 가격이 미국 메이저업체의 가격보다 낮다는 점에 착안, 선물거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국내에 이를 도입한 것. 이듬해인 81년 그는 뉴욕 현지법인의 과장과 함께 국내에 수입된 밀과 옥수수의 10% 가량을 담당해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으며 이후 뉴욕현지법인에서 본격적으로 선물거래를 담당했다. 미국 미주리주립대와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각각 석ㆍ박사 과정을 밟은 서 대표는 선물업계 현직 CEO 가운데 선물과의 인연이 가장 오래된 사람이자 선물관련 학위 소지자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국내 선물시장의 투기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서 대표는 “최근 IMF(국제통화기금)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실태조사에 나섰다”며 “주가지수선물ㆍ옵션이 거래량으로는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질적으로는 투기성이 너무 짙어 예사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선물시장이 1800년대부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헤지세력이 기반을 다지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온 반면 우리 지수선물ㆍ옵션 시장은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이런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것. 그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선물거래소의 국채선물이 짧은 시간에 보다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지수선물ㆍ옵션시장도 투기일변도의 거래구조와 패턴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선물시장의 발전과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확충과 선진화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선물회사를 중심으로 전문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하며 현재 증권사와 선물사에 달리 적용되는 규제도 일원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코스닥선물의 경우 선물회사는 물론 증권사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증권사의 경우 증권거래법에 따라 제한된 범위의 일임매매가 허용되는데 반해 선물회사는 선물거래법상 매 건마다 매매내역을 증명해야 하는 등 보다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와 함께 보다 다양한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상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최대 수입품목인 원유의 경우 선물상품을 도입할 경우 유가 및 환율에 따른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품선물이 속속 도입돼야 선물시장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증권ㆍ선물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지수선물 이관과 관련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증권거래소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시장을 통합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통합이 조화로운 융합으로 이어질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서 대표는 평소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한다. 만사(萬事)의 기본은 인사(人事)에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직원의 발전과 함께 회사도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직원과 회사의 지향점이 일치하도록 조율하고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이루고자 할 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경영자의 몫”이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임직원이 노력한 만큼 회사가 발전한다는 경영철학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도 일맥 상통한다. 씨를 뿌린 대로 열매를 거두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가 크지 않더라도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동양선물 직원들은 서 대표의 이 같은 경영철학이 회사의 실적 향상은 물론 낮은 이직률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양선물은 서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이후 영업직 남자직원의 이직이 거의 없었다.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 발전에 대한 믿음과 애사심을 북돋아주는 한편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합리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코스닥 등록에 앞두고 다음달 전 동양선물 임직원을 한자리에 초청하는 홈커밍데이(Home Coming-day)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선물 도입 초기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옛 식구들을 초대해 동양선물이 이만큼 컸다는 사실을 알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도 중요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회사를 잘 알고 관심을 기울일 만한 투자자들은 옛 식구들이기 때문이다. 증권ㆍ선물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앞장서서 동양선물 투자에 나서줄 것으로 서 대표는 믿고 있다. ◇약력 ▲53년 서울 출생 ▲79년 경복고, 79년 서울대 농학과 졸업 ▲84년 고려대 농학 석사, 88년 미주리주립대 농경제학석사, 91년 일리노이주립대 농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98년 고려대 경제학 박사 ▲78년 ㈜대우 입사 ▲82년 대우아메리카(뉴욕 현지법인) 대리 ▲91년 동양선물 상품부장 ▲2000년~ 동양선물 대표이사, 현 선물거래소 상품개발특위 위원장, 금융발전심의회 증권분과위원회 회원, 한국상품선물연구회 총무이사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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