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출생통계 결과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01년 출생ㆍ사망통계'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미 지난 70년대 초반부터 출산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산율 하락은 기대수명 연장과 맞물려 고령화(高齡化)에 따른 충격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어린아이는 날로 줄고
이론상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1명이 평균 2.1명(인구대체율)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출산율은 인구대체율과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출산율은 71년 4.54명을 기록한 후 87년 1.55명까지 떨어졌다 92년(1.78명)까지는 다시 증가했었다.
그후 줄곧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외국과 비교해도 미국(2.13명), 일본(1.33명), 영국(1.64명)보다 한참이나 낮다. 오히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고령화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이탈리아(1.25명)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선주대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결혼한 20대 초반(20~24세) 여성비율이 80년 33.7%에서 지난해 10.7%까지 떨어지는 등 혼인연령이 늦어지고 독신도 늘어나 애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돈 버는 여성은 급증한 데 반해 애를 맡길 만한 탁아시설과 보육시설이 태부족이고 교육비 등 양육비가 만만치 않게 드는 것도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은 갈수록 늘고
이와는 반대로 기대수명 연장과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사망자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출생과 사망의 차이인 자연증가는 31만4,000명으로 2000년의 39만명보다 감소했다. 1,000명당 자연증가인구를 나타내는 자연증가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6.5명으로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 인구구조는 늙어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오는 2019년에는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출산촉진책 시급하다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 연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고령화가 가져오는 충격은 크다.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수를 나타내는 노인부양부담은 2000년 10명당 1명에서 2030년에는 3명당 1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들이 큰 부담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영란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50~60년대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스웨덴의 경우 출산수당, 육아휴직 확대 등 가족친화적인 정책으로 내리막으로 치닫던 출산율을 2000년 1.54명까지 끌어올렸다"고 상기시켰다. 박 연구위원은 "출산에 따른 부담을 사회가 더 많이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위 눌린 40대 직장 남성
이번 조사에서 40대 남성의 사망비율이 여성들보다 3배나 높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전체적으로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에 견줘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남녀사망률비는 1.2배였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0배로 가장 높고 50대 2.9배, 60대 2.5배, 30대 2.4배의 순이었다. 40대 남성들의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은 외환위기 후 조기 퇴직에 대한 스트레스와 성인병 발병증가가 주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