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새 이 건물에 있는 중개업소 4곳 중 어디서도 거래가 없었습니다.”(고등동 신판교공인 관계자) “사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힘들고 복잡한 규제까지 있으니 누가 부동산에 선뜻 투자를 하겠습니까.”(신촌동 본토부동산 관계자) 따뜻한 봄날 오후에 방문한 성남시 수정구 일대 서울공항 인근. 도로 왼편에 서울공항의 담 너머로는 건축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오른편에는 나지막한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양재동에서 출발, 내곡동을 거쳐오는 데 10여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면서도 북적거리는 서울과는 달리 조용하고 쾌적했다. ◇입지여건으론 판교 능가=약 120만 평에 이르는 서울공항 일대는 강남 대체 신도시로 주목 받는 곳. 남쪽으로는 분당과 판교, 북쪽으로는 강남을 두고 있고, 인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까지 합치면 최고 500만평까지 개발이 가능해 판교를 능가할 요지로 꼽힌다. 최근 서울공항 이전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이 때문. 정부는 오는 28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울공항 이전을 공식 논의하기로 했지만 정작 회의를 앞둔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한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한 표정이다. 현재 서울공항 주변 고등동, 심곡동 일대 대로변의 전, 답은 250~300만원까지 올랐다. 대로변의 집이 지어진 대지도 800~1,000만원 선. ◇거래는 거의 없어=이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공항 이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전화문의는 조금 늘어난다”며 “하지만 그린벨트에다 투기지역이라 매매와 관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실제 계약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현지인이 아니면 땅을 사기 어렵고, 나대지를 구입하더라도 그린벨트에 묶여 집을 신축하거나 높이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고급주택 3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등동 동산마을 인근도 거래가 없긴 마찬가지다. 신판교공인의 박노탁 사장은 “공항 이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격은 50만~100만원씩 움직이지만 주민간 거래 조차 거의 없다”며 “외지인들 역시 오른 땅값을 감수한다고 해도 건축행위가 제한되다 보니 주소이전을 하면서까지 투자하긴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투자에 신중 해야=이 지역 주민들은 서울공항을 ‘언젠가는 옮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기일 내 이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진 않고 있다. 신촌동 주민 김 모씨는 “지금은 서울공항 얘기가 나와도 정치권에서 그러다 말겠지 한다”며 “판교 신도시가 들어서게 되면 서울공항이 없어지긴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공항 건너편 복정동의 제일공인 관계자는 “서울공항 이전설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개미군단”이라며 “충분한 정보와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입으로만 하는 말이 결국은 그린벨트에 묶인 주민과 엉뚱한 부동산업자의 말에 솔깃한 일반 사람들에게만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