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30일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자유선진당이 창당 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당 운영으로 당 지지율을 2%대에 머무르게 하는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해 이 총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심 대표는 이 총재에 대해 "충청권을 지키고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면서도 총재로 인해 당의 운영이 왜곡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총재의 입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당의 현실을 보면서 자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특히 청와대가 자신을 총리 후보로 검토하는 데 대해 이 총재가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것과 관련, "대통령과 나를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공작세력으로까지 매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 대표는 그러나 "국무총리직 제의는 내 자신이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1월 이 총재와 함께 선진당을 창당한 뒤 18대 총선에서 충청권 바람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심 대표의 탈당은 선진당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진당은 지난 총선에서 충남과 대전을 석권하다시피 하면서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 충청권 내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 대변자를 자임했던 심 대표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경우 충청권이 분열하면서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 심 대표의 신당이 뛰어들 경우 충청권 분열과 함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선진당 내부의 동조 탈당도 예상된다.
18대 총선을 계기로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 이 총재도 심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정계 복귀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심대평 총리 기용설'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다가 탈당 사태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에서 이 총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론이 확산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총재의 '1인 정당'식 당 운영방식에 대한 개선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심 대표 탈당에 대해 "어려움을 함께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돼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고 박선영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악담하고 가신 분에게 구절구절 반박하지 않을 것"이라며 "떠나는 분에게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