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30대가 30년 후 후배 30대들에게 30년 전의 얘기를 할 때쯤에도 술자리 단골 시사 메뉴중 하나는 여전히 `미국`이 될 듯 싶다. 그러나 그 때의 미국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일 테다. 지금의 30대가 얘기하는 유일한 슈퍼 파워로서의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자웅을 겨루는, 심지어 중국의 그늘에 가려진 `과거형`의 미국일 수 있지 않을까. 30년 후 후배 세대들이 중국의 힘을 거론할 때 그 옆에서 "우리 땐 미국이었어"란 식의 미국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이라크전을 보며 미국의 군사력에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고, 미국의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하나쯤은 마음먹은 대로 주무르던 97~98년 외환위기를 본 현재의 30대들에겐 쉽게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많은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나오는 견해며, 특히 당사자인 미국내에서도 제기되는 가설이란 점에 눈길이 간다. 지난 24일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Dreaming with BRICs: The Path to 2050)에 따르면 중국은 4년내 독일을, 2015년이면 일본을, 2039년이면 마침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또 개인소득의 경우 중국은 2030년 한국을 능가하고 2050년엔 현재의 선진국 수준인 3만 달러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때마침 중국도 25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 돌파`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경제 성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중국을 주인공으로 한 이 같은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 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은 "예.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부상과 상대적인 미국의 후퇴는 이미 어느 정도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시나리오는 이를 인식해 버린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배제한 것이랄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대로 중국의 원유 수입 증가란 한 가지 사건을 두고도 중앙정보국(CIA)과 재무부, 국방부가 발칵 뒤집혀 대책을 마련하는 게 미국의 태도다.
한 쪽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말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중국 죽이기에 나서는 야누스가 미국의 실제 얼굴인 셈이다. 현재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중국 부상론은 이를 테면 `중국 준비론`의 다른 표현인 거다. 문제는 우리다. 바로 옆 나라인 한국은 여전히 중국 부상론과 중국 위협론 사이에 머물며 우리의 앞날을 내다 보고 과연 무슨 전략을 세우고 있는 건가.
<김창익 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