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한국 남성이 기소됐다. 외국인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한국인을 고소하고 검찰이 기소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이 체류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는 우리나라의 인종차별 문화를 자성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6일 법무법인 공감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 31일 형법상 모욕 혐의로 박모(31)씨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지난 7월 10일 오후 9시께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더럽다" "냄새 난다"는 등 인종차별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후세인씨는 박씨의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소를 했고, 박씨도 후세인씨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맞고소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를 취하했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어 박씨는 일반 형법으로 처벌됐다. 후세인씨 측 법률 지원을 담당한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의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검찰이 인종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차별적 발언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간주한 사례는 한국 사법 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종주의를 묵인해온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고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후세인씨는 지난달 19일에는 박씨는 물론 이번 사건을 조사한 부천 중부경찰서와 산하 계남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바로 잡아 달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