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외무회담 성과50년 반목 청산 정상화 기틀 마련
북한과 미국이 사상 첫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한 것은 양국 간의 관계발전을 내외에 공식 확인하는 역사적이고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라는 양국 최고 외교 당국자간의 만남은 지난 53년 한국전 이후 교전상태에 있던 양측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분수령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회담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나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 북·미 고위급 회담의 개최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없었던 대신 큰 틀에서의 관계 개선 원칙을 협의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白외무상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으니 뭔가 말할 것이고 우리도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던 점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6일부터 『북한과의 회담은 양국간 첫 각료급 회담으로 역사적인 것』이라고 전제했고 『다만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혀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양측은 우선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국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궁극적으로 수교에 이르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하자는 큰 틀의 원칙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이 고위급 회담, 오는 9월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때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걸맞은 미국 고위 인사와의 회동,양국 외무장관 간의 재접촉 등에 대해 협의한 것도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양국간의 현안이 이번 회담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방콕의 외교 소식통들은 白외무상이 미국이 「불합리한」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을 포함시키고 있는데 대해 일종의 거부감을 보였으며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어느 정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미국의 북한 협력 혹은 지원이 가능하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북·미 수교도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이번 북·미 외무장관 회담은 관계 개선을 향한 양측의 입장을 교환하고 이를 위해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노력하자는 기본원칙을 확인하는 장관급 회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광본기자KBGO@SED.CO.KR
입력시간 2000/07/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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