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샤갈' 서울 온다

샤갈展 내달 3일 시립미술관서 개막
대표작 테마별로 총망라 160여점 전시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전작 亞 첫 공개
전체 작품 보험 평가액만도 1조원 달해

마르크 샤갈의 '유대인예술극장 소개'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마르크 샤갈의 '산책' (ⓒMarc Chagall-ADAGP, Paris-SACK, Seoul, 2010)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 중 하나이며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1887~1985)의 명작 160여점이 서울에 온다. 오는 12월3일부터 내년 3월27일까지 한국일보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색채의 마술사 샤갈' 전은 20세기 색채 회화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샤갈이 98세까지 펼쳤던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펼쳐 보인다. 샤갈은 비교적 복(福)이 많은 화가였다. 동시대 작가 파블로 피카소는 샤갈을 가리켜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라고 칭송했다. 살아 생전 미술계의 인정을 받았고 대중의 사랑도 받았다. 게다가 장수를 누리며 죽기 바로 전날까지도 원 없이 그림을 그렸다. 사랑에 불운했던 다른 예술가와 달리 첫사랑이었던 아내의 곁을 평생 지켰다. 그래서 샤갈의 작품에는 동심의 활달함과 화목한 사랑, 시적인 서정성이 넘쳐난다. 하지만 마냥 순탄하기만 한 인생이었다면 특유의 독창성이 나오기 쉽지 않았을 듯하다. 러시아(지금의 벨라루스)의 작은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난 샤갈은 늘 고향과 민족에 대한 애틋함이 있었고 러시아 혁명과 1ㆍ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상황은 불안감을 드리웠다. 야수파(Fauvisme)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파(Cubism)의 공간에 대한 신개념을 동시에 받아들인 샤갈은 색의 재해석과 형태의 변형을 이뤄냈다. 추억과 환상을 뒤섞은 특유의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표현력은 그 어떤 미술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샤갈의 독창성으로 각인됐으며 훗날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끼쳤다. 앞서 2004년 국내에서 열렸던 샤갈 회고전에서 한층 심화된 이번 전시는 대표작들이 테마별로 총망라된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모스크바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가 소장한 폭 8m의 대작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로 '결혼 피로연 테이블', '무대 위의 사랑' 등 전작 7점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모두 전시된다. 1920년 모스크바에 있던 유대인극장 내부장식화로 제작됐으나 스탈린 집권으로 극장이 문을 닫은 후 방치됐다가 다시 복원된 걸작들이다. 샤갈의 예술적, 철학적 영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하늘을 나는 듯 행복한 연인을 그린 '도시 위에서'와 '산책', 러시아 시기의 대표작인 '나와 마을' 등이 전시된다. 작품들은 프랑스 니스의 국립마르크샤갈미술관을 위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러시아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모던, 벨기에 왕립미술관,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자미술관 등 세계 30여 곳에서 대여해 온 것이라 이들 지역을 모두 방문하지 않는 한 이 같은 감상 기회는 갖기 어려울 전망이다. 샤갈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전시작에 대한 보험평가액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단일 작품으로는 '도시위에서'와 '산책'이 보험가로만 각각 500억원씩이고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7점이 2,800억원, 공공미술관 소장의 작품 20여점이 6,000억원이어서 전체 보험평가액은 1조원대에 달한다. 한편 전시와 함께 소개되는 아트 상품 가운데는 샤갈이 딸 이다의 결혼식을 위해 손수 그림을 그려 만든 69점의 리모주 도자기세트가 눈길을 끈다. 250세트 한정판으로 제작돼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시가 4,000만원대의 명품이다.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월요일 휴관. (02)72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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