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D-3] 獨이어 中·日도 부정적 의사 표명에 가이트너 "구체적 수치 기대 안해" 후퇴 G20 정상회의 최종 합의에도 적신호
입력 2010.11.07 17:33:20수정
2010.11.07 17:33:20
오는 11일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핵심 현안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로 글로벌 환율갈등이 다시 빚어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경상수지 4% 목표제(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의 4%로 제한)'와 관련한 논란의 불씨도 되살아나고 있다. 4%룰 합의를 기대하던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주요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수치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자"며 수위를 낮췄다.
유럽 최대의 경상흑자국인 독일이 일찌감치 반대입장을 밝힌 데 이어 수출대국인 일본과 중국도 이 제안에 부정적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서 G20 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최종 합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간 모호한 입장을 취해온 일본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요소들이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무역수지의 천장(상한)과 바닥(하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정비율로 정하는 게 적절한지 더 토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 방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독일은 자국의 경상흑자는 건전한 경제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재차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수출의 성공은 환율조작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의 개선된 경쟁력 덕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물밑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예상을 깨고 반대대열에 동참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5일 "경상흑자와 적자를 GDP의 4% 내로 제한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계획경제'의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나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FT는 "그의 발언은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첫 공식논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경주 회의 이후 이 방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실상 지지입장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조치로 전세계에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중국도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러한 반대여론을 의식한 듯 미 정부는 몸을 낮췄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6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경주) 합의에 (4% 수치 등) 구체적 내용을 덧붙이는 것을 이번 서울 회의에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다우존스통신이 전했다. 그는 "미 정부는 최종적으로 각국의 경상수지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의 구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의도는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 전문가들이 수치 제정 등 세밀한 작업들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에 유리하게 고안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기대수위를 낮춰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속내로 풀이된다.